분류 전체보기 975

나무같은 친구들

어제 고향친구들을 만났다. 고향 친구들은 영원한 고향이다. 지금의 고향에는 우리들이 기억하는 고향이 없어진지 오래지만 우리들의 추억속에 이야기속에서는 영원히 존재한다. 어릴적 배꼽을 내놓고 물장구치며 고향의 고삿을 누비고 넓은 들판과 뒷산의 능선과 골짜기까지 눈에 선하지, 논두렁 밭두렁에 무슨 나물이 있었는지 무슨 작물들이 자라며 가꾸었는지 훤히 꿰는 친구들. 아랫말 윗말 경골 탑산골 굽뱅이, 고삿과 웬만한 가정사까지 훤히 꿰고 있는 고향 친구들을 만나면 이야기의 샘은 퍼내고 퍼내도 솟아나는 옹달샘 물처럼 이어진다. 한 얘기를 또 하고 또 해도 처음처럼 하는 친구들.ㅋㅋ 참 신기하다. 언제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우뚝선 나무같은 친구들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채 수다 삼매경은 지루한줄을 모른다. 고향친구들은..

엄니의 마당

홀로 쓸쓸하다 하시면서도 집을 떠나 자식들 집에 가시면 그래도 내 집이 제일 좋다. 오막살이여도 손때 묻고 낯익은 동선과 평생을 동고동락한 이웃들이 있는 우리동네 내 집이 제일 편하고 좋다시며 2박3일을 못견디시고 보따리를 싸 현관앞에 내놓으시던 엄니.ㅠㅠ 이제는 단기 기억의 상실로 일상생활의 불편함으로 노인복지센타의 도움을 받으시며 홀로 계시는 엄니를 보살피기 위해 칠남매가 먼 길을 마다않고 엄니의 마당을 다니기 시작한지 6년째 이럴땐 형제가 많아서 참 좋다.ㅎ 엄니의 노년을 보살피며 여러가지 힘들고 어려운점들도 있지만 장수시대에 우리들의 마음가짐과 노년을 생각하며 대비할수 있는 배움이 더 크다. 혼자가 아니어서 좋고 서로 의지하며 힘들고 좋은일들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각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

민물새우 무찌개

고향이 같은 남편과 사니 좋은점이 많다. 어린시절의 이야기와 향토음식들 그 지역에서나 맛볼수 있었던 음식 이야기며 추억들을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ㅎ 동네 마트에서 구입하는 식재료가 지루해 질 즈음이면 청량리역에서 내려 제기동의 경동시장을 간다. 서울 최고의 재래시장엔 없는것이 없다. 꼭 살것이 없어도 구경삼아 돌아보는 것도 좋다. 어제그제 남편과 경동장엘 갔더니 여름엔 안보이던 민물새우가 보인다. 우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한바구니 담아왔다. 어릴적 가을 추수 끝나고 빈 논의 작은 물꼬에 물이 말라가면 민물 새우가 바글바글 했다. 어린 꼬마도 굵은체를 가지고 물꼬의 물을 떠서 새우를 잡았다. 겨울을 나기위해 통통하게 살이오른 민물새우는 껍질도 얇고 살이 달아서 가을 무를 넣고 고추장양념만으로 ..

음식 창고 2024.02.05

냉털이를 하다가

어제 오랫만의 원거리 나들이에 무릎이 노골노골. 오늘은 집에서 쉬는 날. 냉장고를 뒤지다가 냉털이. 식구는 줄었는데도 뭐 좋은 것을 보면 사고싶고 사서 쟁여야 할것 같은 미련. 그동안 사다가 쟁여놓은 식재료들을 볼때마다 난리나도 일년은 버틸것 같어.ㅋ 이젠 마트를 가도 눈팅만하고 그냥오는데도 냉동고의 식재료들은 줄지를 않는다. 그중에도 육류와 생선이 제일 문제. 고기좋아하는 식구가 없으니 고기 사서 쟁일일도 없고 쟁여놓은 고기도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고기를 다 찾아 냉장고에 옮겨놓고 해동이 되면 익혀서 요리에 따라 손질과 양념을 해 두면 생고기보다 오래 저장하고 먹을 수 있으니 오늘 일을 벌이자. 고기 꺼내놓고 냉동된 늙은 호박과 삶아 소분한 단호박 뭉치들 한봉지씩 꺼내 놨더니 금방 해동된다. 늙은호박..

약밥 만들기

찹쌀 산 기념으로 약밥 만들기. 밥쌀 주문하는김에 찹쌀을 포대로 사보긴 처음이다. 마트에서 4킬로 포장만 사다가 10킬로 포대로 사고보니 와~ 이걸 언제 다 먹지? 오래 보관해야 될것 같아 패트병에 담아 세워놓고 뿌듯하다가 떡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찹쌀 본김에 약밥을 만들어보자. 찹쌀을 큰컵으로 한컵 씻어 불리고 냉동고를 뒤져서 사놓고 안먹어지는 약단밤과 건블루베리 씨빼고 말아 썰어 놓은 대추도 찾아 놓고 불린 찹쌀에 도라지생강청과 흑설탕을 넣어 밥을 지었다. 갈색으로 물든 찰밥에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맞추고 준비한 밤.대추.건블루베리를 섞어 버무려 사각 쟁반에 꾹꾹 눌러 담아 썰었다. 양이 많지 않아서 모양을 제대로 만들기 어려웠다.

음식 창고 2024.01.21

일기예보에 속았다.ㅎ

비와 진눈깨비가 우리 운동나갈 시간대에 내릴것이라는 예보에 집콕하자고. 남편은 엉거주춤 비좁은 창고에서 포도주 건더기 거른 후유증으로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통증으로 영 불편하다며 방으로 들어가고 나는 부엌귀신에 붙잡혀 한나절을 동동거렸네. 주문했던 쌀이 도착해서 쌀 정리하고 창고에 며칠째 오도카니 자리하고 있는 단호박 다듬어 쪄서 소분해 저장하고 호박죽 쑤고 점심준비 해 놓으니 한나절이 후딱 지나간다. 눈 깜짝 할 사이!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간 한나절에 정신차리고 내 생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 돌아보니 눈 깜짝 할 사이 육십의 끄트머리에 간당간당하다. 허허허~

두벌포도주

두벌포도주를 담근지 90일째 발효가 다 끝나고 맑은 포도주 위에 두껍게 굳은 건더기가 둥둥 떴다. 이제 술과 건더기를 분리할 시기. 망설임 없이 시작하여 일사천리로 건더기를 건져내고 이젠 뒤집어진 술을 가라 앉혀야 한다. 맑게 가라 앉으면 그땐 술을 떠야지. 올겨울 초입부터 추워서인지 술이 맑고 탄산과 단맛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 깔끔하다. 진한 포도향으로 부드러운 알콜과 혀에 느껴지는 탄닌감은 입맛을 자꾸만 다시게 한다. 술 잘 됐다!건져낸 건더기가 무려 17.75kg. 온 집안에 포도향진한 술 냄새가 진동을 한다.ㅋ

음식 창고 2024.01.19

스테비아 방울토마토

방울토마토코너를 가면 스테비아토마토라고 모양과 착색이 일반 방울토마토와는 조금 다른데 값이 비싸다. 대체 스테비아가 뭣이길래? 무슨 맛이길래? 궁금증에 고개만 갸웃거리다가 한팩 집어 왔다. 적은 양에 값도 비싸지. 스테비아라는 이름도 붙었지. 색깔도 내가좋아하는 붉음과 초록의 중간단계인 대저토마토를 연상케 하지. 꼭지따고 씻어건져 놓고 물기도 다 빠지기전에 한알 입에 넣고 톡! 터트렸더니 아니 이건 대체 무슨일? 터져나온 과즙의 맛이 사카린맛이다. 사카린물을 주어 키웠나? 어떻게 이런 단맛이 나지? 순한 설탕맛에 익숙해진 입맛에 영 낯설기만 하다.ㅠ 토마토는 역시 혀가 알싸하게 에린맛과 새콤하고 시원한 채소의 맛이 나야 제맛이지. 우리부부 과채류인 토마토가 달면 토마토가 아녀.ㅋㅋ

음식 창고 2024.01.11

눈 내리는 날

올겨울은 눈이 잦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눈이 내린다는 예보대로 아침부터 눈이 내려 오늘은 집콕. 앞뒤꼍으로 눈구경 하다가 놀이터에 나온 어린이집 아이들 꼼지락에 창문을 열고 내다보다가 동영상까지 찍는다. 처음 이사왔을 때만해도 놀이터에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까지 조용할 날이 없었다. 차츰 아이가 있는 집들은 아이들 학군따라 이사를 가고 지금은 나이든 노부부들만 남고 놀이터를 나올 아이가 한명도 없다.ㅠ 덩그러니 빈 놀이터가 1층에 새로 입주한 도시형 어린이집 어린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덕분에 빈 놀이터에서 증폭되어 올라오는 재잘대는 아이들의 꼼지락이 반갑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