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잘 있어요.

두레미 2016. 4. 11. 12:01

 

 

 

나른한 봄날.

아지랑이 가물거리는 한낮의 아련함에 젖었다가

해가 기울면 다시 쌀쌀해지는 일교차 큰 날씨에

바짝 긴장감이 돌기도하고 여기저기 새로 보이는

봄들을 구경하기도 바빠서 늘어나는 활동량에

기초 대사량도 늘어나니 이래 저래 봄날은 나른

하면서도 바쁜 계절인것 같다.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계절은 천지가 개벽하듯

순간에 지나간다.

그런 봄에 적응하기가 해가 갈 수록 힘겨운것일까.

처음 서울로 상경하여 번잡한 서울생활에 적응하느라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사춘기 소녀적 알았던 몸살로

심하게 겪었던 가위 눌림증이 나타났다.

그 공포감이란 겪어보지 않으면 짐작하기 어려울것이다.

눈만 감으면 꿈속으로 빠져들며 시작되는 공포.

무서운 환상과 함께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발버둥을 쳐도

깨어날 수없는 현상이란 마취가 되었으나 모든 신경과 정신이

살아있는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숨이 가빠오고 금방이라도 숨이 정지될것 같은 고통과

무서운 환영에서 벗어나려고 아무리 소리치고 발버둥을 쳐도

손가락하나 까딱 할 수없다.

그런 가위 눌림증에 걸리면 눈을 감는 것이 두려움이다.

 

지난 토요일 시아버님의 기일,

남편과 얘기를 나누다 잠이들었는데 가위 눌림 현상이 나나났다.

가끔 심한 잠꼬대를 한적은 있어도 그렇게 심하게

공포를 느낄 만큼은 아니었는데 토요일은 달랐다.

공포감에 눈을 떠도 이내 꿈속으로 빠져들며 나타나는

가위 눌림에 정말 이대로 갈 수도 있겠구나.

평소 오늘이 마지막이듯 살아보겠다고 마음을 짚으며

산다고 했는데 이렇게 꿈을 꾸다가 마지막이 된다면

정말이지 구천을 떠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ㅎㅎ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옆에 누운 남편을 불렀다.

잠자던 남편이 왜 그러냐고?

잘 있어요. 

그말을 간신히 하고는 이내 또 꿈속으로 빠져들어

신음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아니 이 여편네가 잠꼬대를 심하게 했쌌더니 원~

자다가 뭔 봉창 뜯는 소리여~  하며 나를 흔들어 깨운다.

지금 뭔소리여?

응, 자꾸만 가위 눌려서 너무 무섭고 이대로 내 일 아침에

깨어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인사라도 하고 가려고. ㅋㅋ

어이없는 남편은 일어나 물을 한컵 가져와 먹으란다.

대체 가위눌리는게 뭔데 그러는 거야?

내 의지대로 깨어날 수없는 공포스런 꿈. 을 남편은 이해하지 못한다.

나이들어 경험한 가위눌림엔 전신 마비가 되어 누운 환자의

고통이 이럴까?  마지막 운명의 순간이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시어른 두분의 운명을 집에서 직접 경험 하였지만 점점 소멸되어

가는 과정에 어느 순간 말씀을 하다가 잠을 자다가 가시는 모습에도

그냥 자연스럽다는 생각만을 해 왔었다.

그런데 이런 가위 눌림증을 겪고 보니 마지막 운명을 하시면서

말씀을 하시고 싶어도 못하고 정신은 몸을 빠져 나와야 하셨을까

아무리 몸부림을 쳐봐도 이미 쇠락한 몸은 말을 듣지 못하였을까

평소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살았다 해도 마지막 순간에

한마디 말을 할 수 없이 작별을 고해야 했을까.  생각하니

흐르는 눈물을 주체 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아무런 거리낌없이 작별을 말해왔던 내가 얼마나 내 자신을

기만 해 왔는지 깨달으며 그 새벽을 새우고 말았다.

날이 밝아 아침이되자 남편이 농담을 한다.

다음에 또 그러면 이제 속지 않는다고.

두번 다시 잘 있으라는 말은 하지 말란다.

 

자기가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하기 싫다고.

나두 그려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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