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긴 왔는가.
청첩장으로 봄이 오는것 같다.
주말에 남편은 직장 선배님의 아들 결혼식에
나는 고향 친구의 아버님 팔순에 초대를 받았다.
아직은 건강하게 해로하신 부모님을 모신 팔순잔치가
참 아름답다.
울긋블긋 차려입고 부모님앞에 재롱잔치 벌이는 자손들이
봄 꽃보다 더 화사하고 봄 햇살보다 더 훈훈하지 않은가.
고향에선 팔순이건 칠순이건 축의금을 받지 않고
평생을 함께 희노애락을 나눈 이웃들과 자축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그러니 축하를 받는 사람도 축하를 하는 사람도 마음이 가벼웁다.
우리는 축의금대신 건강식품으로 선물을 준비하고
겸사 팔순 찬치덕분에 고향도 가고 부모님도 뵙고
고향들녘에서 봄도 캐고 일거양득, 아니 일거 삼득했다. ㅎ
고향집에 들러 어머니와 하루저녘을 같이 지내고
이튿날 들녘에 나가 지천인 쑥을 캐 왔다.
올핸 전철 타고 쑥캐러 안가도 되겠다.
딸이 온다고 불미나리며 머위며 쑥을 캐다 놓고
기다리시는 어머니와 밤새 묵은 얘기를 나눴다.
하신 얘기를 또하고 또 해도 처음처럼 하신다.
그래도 처음처럼 들어드리는 자식이 있으니 행복한 줄 아실라나?ㅎ
요즘 농촌엔 한집걸러 한집이 독거 노인이다.
우리 어릴적만 해도 동네 골목이 조용할날이 없었는데
지금은 어린아이가 없어 초등학교도 올해로 폐교된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젊은 사람들은 농사를 지어도 읍내에 살면서 농사만 지으러
들어오기 때문에 농촌 마을엔 젊은이 구경하기가 어렵다.
앞으로 길어야 십년 후의 농촌 모습은 어떠할지 걱정이다.
고향의 봄으로 맛있는 저녘을 먹는데 띠리링
친구 모친상 문자가 울린다.
주말의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대전으로 조문을 다녀왔다.
건설업을 하는 친구어머님상엔 장례식장 입구부터 늘어선
조화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꽃값도 비싸다는데 조화 하나면 얼마나 할까.
식이 끝나면 버려질 꽃값은 도대체 얼마일까.
살림쟁이인 나는 꽃값 계산부터 해본다.
하기사 원예농을 생각하면 많을 수록 좋겠지.
하지만 너무 허례허식이 지나치다는 생각을 아주 떨쳐버릴 수가 없다.
갈 수록 교통이 좋아지니 전국이 일일 생활권에 가깝다.
더 곧고 빠르게 길이 뚫리고 성능이 좋아진 엔진이 개발되고
사람들의 마음도 더 빠르게 조급증으로 달겨 가는것 같다.
기차역엔 검표도 하지않고 출구에서 회수통도 없어졌다.
어떤식으로 관리 통제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공간과 승차감이 훨씬 좋은 최고급열차였던 새마을호가
지금은 KTX에 밀려 때가 꼬질꼬질한 제대로 관리조차 받지
못하는 2등열차가 되었다
그래도 난 KTX보다 기존의 무궁화나 새마을 열차가 더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