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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산 산책

무더운 여름을 안양천 벚나무 그늘에서 잘도 버텼다. 언제 가을이 올까 했더니 파란 하늘은 끝없는 창공으로 높고 깊어지고 선선한 바람에 날마다 바람목욕이 상쾌하고 즐겁다. 여름내 습하고 무더워 가끔 오르던 용왕산은 엄두도 못 내다가 선선한 가을 바람에 모처럼 올랐더니 오메좋은거~! ㅎㅎ 오솔길에 부는 바람도 좋고 나무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따끈한 햇살도 좋고. 오랫만에 왔다고 오솔길에 들어서자마자 밤송이가 툭! 선물처럼 내 발치에 떨어져서 냉큼 발라 왔다. 주변에 떨어진 상수리와 상수리 깍지도 옛 생각이 나서 줍고. 어제는 다행히 나무 껍질을 갉아 먹던 청설모는 발견하지 못했다. 이 가을 작은 동그락산에서 가을과 고향의 정취를 느끼며 가을 햇볕에 일광욕하며 두런두런 산책길이 더할나위 없이 좋다.

올 가을 이런 하늘은 처음이지?

무더운 여름의 끄트머리 기침감기에 그동안 모아뒀던 내장지방 다 털어 내느라 죽을뻔 했다. 아이좋아라~ ㅎ 그래 봤자지만. 일주일 집콕하다가 동네마트에서 양파세일 한다고 벌떡 일어나 케리어 끌고 달려가 양파를 끌고 돌아오는 길에 올려다본 하늘에 급정지. 한참을 올려다보다 들어왔는데 집안일을 하면서도 파란 하늘 생각에 맘이 싱숭생숭. 점심 준비까지 마무리 해 놓고 가출이라도 하듯이 현관문을 박차고 내려갔다. 여전히 구름 한점 없이 맑고 푸른 하늘이 높고 깊어졌다. 마음은 하늘 높이 날아 오르고 내 뒤통수에 따갑게 느껴지는 햇살은 초록 잎파리에 부서져 눈이 부시게 흩어진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가을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