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우리집에 우렁각시가 다녀갔다

두레미 2024. 4. 21. 13:30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 할때도 조용히 지나가던 감기가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환절기에 무단 침입하여 남편 먼저 공략을 하더니 인정사정 없이 나에게도 목과 코에 뜨거운 열기를 활활 불어 넣는다.
눈이 튀어 나올것 같은 열기가 지나가고 뜨거운 열기에 코와 목은 중화상을 입었다.
화끈화끈 코는 막히고 목은 잠기더니 후유증이 오래가게 생겼다.
습이 많은 체질에 평소에도 냄새와 열에 민감해서 따듯한 음식을 먹어도 기온차가 조금만 나도 냄새와 먼지같은 미세한 자극에도 민감한 혈관은 확장되고 대비책으로 분비물을 마구마구 만들어낸다.
맑은 콧물이 눈물 흐르듯 흘러 내리고 목의 기관지에도 자극이 되어 기침 나지 기침하느라 진땀나지 생각만 해도 진땀나네.ㅠ

온갖 불편을 초래하는 기침감기에 눈물콧물 빼고 있을때 딩동~ 우렁각시가 다녀갔다.
습을 말리는 독한 약에 입안이 빠짝빠짝 마르고 혀가 오그라드는것 같아서 입안에 음식 녹이기 힘들즈음 따끈하고 부드러운 죽이 배달 된 것이다.
"기침감기로 고생하신다는데 찾아가진 못해도 이렇게 배달이라도 해물죽을 시켰으니 드시고  힘내셔요.

내 생전에 배달음식은 없었다.
그 흔한 자장면 배달도 나는 경험을 못해 봤다.
오로지 집에서 내가 해 먹거나 외출시 피치 못할 때 음식점에서 사 먹는것말고는 내 생전에 외식은 없었다.

그런데 배달 죽이라니.
배달 죽이 맛은 있을까?
비리지는 않을까?
아직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궁금증과 상상으로 기다렸더니 우렁각시가 따끈한 죽을 놓고 갔다.
기대반 염려반으로 남편과 함께 시식을 하려고 뚜껑을 여는데 고소한 냄새에 먼저 음~맛있는 냄새네.
비린 내 날줄 알았더니 냄새 좋으다.
저녁밥상에 밥대신 죽을 놓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
큰 맘이라며 먹기 시작 하는데 음~괜찮다.
맛있당! ㅎㅎ
비리지도 않고 해물도 골고루 듬뿍 들었고 신선도도 좋아서 전혀 비린맛도 없고 탱글한 새우살과 굴에 달큰한 가리비와 조갯살 오징어에 잘게다진 채소가 부드럽게 어우러진 따끈한 죽 한그릇을 땀을 뻘뻘 흘리며 먹고 났더니 경직된 몸이 확 풀리는듯 감기가 다 나은듯 하다며 남편과 마음이 뻐근 해 졌다.
고마워요. 우렁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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