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살건데?
오후 늦게 마트 다녀오던길 근린공원을 지나오는데 쩌렁쩌렁한 음성에 날카로운 질책의 목소리에 눈길이 나도모르게 홱 돌아갔다.
스산한 공원 벤치에 짙은 회색패딩 점퍼의 모자를 뒤집어 쓰고 양손을 점퍼 주머니에 넣은채 잔뜩 웅크리고 앉은 중년의 남자와 함께 나란히 앉은 여자는 허리를 꼿꼿이 세운채 손가방을 팔에 걸고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는 독기가 잔뜩오른 얼굴로 남자를 향한 채 다그치고 있다.
기가 죽은 남자가 뭐라 궁시렁거리니
''쳐다볼라면 쳐다 보라구 해.''
또 한번의 날카로운 비명같은 여자의 목소리가 공원을 울리더니 남자는 벌떡 일어서서 급히 자리를 뜨고 여자도 뒤따라 일어섰다.
에효~
속이 터질것 같은 여자의 절박한 비명같은 질책도 잔뜩 웅크리고 앉은 남자의 구겨진 모습도 참 딱해서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몇년전 동네 마트에서 장바구니를 팔에 건채 아내의 뒤를 따라 다니던 남편이 이것저것 먹음직한 채소들을 가리키며 이거 사자, 이거 사면 좋겠다. 하니 그의 아내가
''사서 뭐 할라구? 뭐 할건데?''
''아니 그냥 뭐 사다가 해 먹으면 맛있을것 같어서.'' 그 남편 목소리가 다 기어 들어간다.ㅠ
오늘도 마트에서 정육 코너를 둘러보는데 중년의 남자와 자매인듯한 두여자가 돈육 코너에서 멈추어 언니 이거로 김치찌개하면 되나? 아니. 맛없어.
갈비를 가리키며 그럼 이거로 김치찌개 해 먹으면 어때? 그러니 옆에 있던 남자가
그걸로 김치찌개 해도 맛있어. 하니
그 언니님 하시는 말씀이
지금 익은 김치가 없어. ㅋㅋㅋ
아내님들 남편님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들 살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