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하늘 보며
내일이 동지
어릴적 동지가 되면 엄니께선 붉은 팥을 삶아 팥죽을 쑤었다.
갈무리 끝나고 김장까지 해 놓으면 일년중 그래도 제일 먹거리가 풍족하고 농한기의 한가로움을 만끽 할 수 있었던 계절 절기상으로 겨울의 한가운데 였을거다.
한해를 마무리 하며 붉은 팥으로 액운을 쫒고 새알심으로 희망의 씨앗을 삼았나보다.
붉은 팥죽이 쑤어지면 어둑한 초저녘 엄니께선 동서남북 앞뒤꼍으로 붉은 팥죽을 뿌리시며 기도를 하셨다.
훠이 악귀는 물러가고 좋은 기운만 있어라!
붉은 황토벽에 뿌려지던 검붉은 팥죽이 올챙이처럼 꼬리를 달던 모습이 생생하다.
엄니를 따라 동서남북을 한바퀴 돌고서야 식구들의 저녁상이 차려지고 일년에 한번 맛보던 부드럽고 찰진 새알심은 꿀떡꿀떡 잘도 넘어갔다.
지금생각하니 새알심만 넘긴게 아니라 세월도 꿀떡꿀떡 삼켜버렸다.
그렇게 나이를 먹고 희노애락과 생로병사를 이어 가나보다.
오늘 유난히도 우중충한 겨울 하늘을 보며 꼭 요즘의 내 마음같아서 중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