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왕숙천 라이딩 때 찍어온 갈꽃.
가을이면 우거진 갈대가 꽃을 피워내고 부드럽게 일렁이는 갈꽃사이로
내 어릴적 추억도 함께 피어나지.
어릴적 금강가 넓은 퇴적토에 무성하던 갈대 숲과 미류나무밭이 있고
미류나무와 갈대 숲이 끝나면 하얀 모래사장엔 보리사초가 자라고
그 사초들 사이엔 종달새가 알을 낳아 놓았었다.
가끔은 밀밭에도 감자밭에도 새 둥지가 있지만 대부분은 강가 백사장에
종달새 둥지가 있었지?
가을이면 갈대밭으로 갈꽃을 뽑으러 다녔다.
두살터울의 오라비와 갈대 숲으로 들어가면 우리는 키큰 갈대 숲에 묻혀
버리고 가끔씩 소리를 질러 간격을 확인하곤 했지.
오빠~ 레미야~
대 굵고 소담스런 갈꽃으로 골라 갈대를 휘어잡고 양손 가득 갈꽃을 뽑았다.
그렇게 뽑아 모아오면 커다란 가마솥에 갈꽃을 쪄서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농한기가 되면 아버지는 빗자루를 매셨지.
노끈으로 줄을 엮어 허리에 두르고 끈의 끝에 나무토막을 묶어 발가락에 끼어
빗자루를 단단히 매는 작업을 하셨는데 그 도구의 정확한 이름을 잊었다.
그렇게 노끈을 한번 돌려감아 수수나 갈꽃을 맬 때 허리와 다리 힘을 이용해
단단하게 엮어매는 방법이었다.
난 가을만 되면 무성하게 피어나는 갈꽃을 볼 때마다 갈꽃을 뽑아 빗자루를
매어보고 싶은 충동에 빠져들곤 했다.
그러기를 20여년 올 가을 안양천 갈대 밭에서 기어이 갈꽃을 뽑고 말았다.ㅎ
내 큰 손으로 한~줌 갈꽃을 뽑아들고 들어오는 두레미를 보고 별중맞은
각시가 한심스러운듯 바라보던 홀탱님.
이튿날 갈꽃을 큰 들통에 겨우 우겨 넣고 찌는데 꼭 옥수수 삶는 냄새가 나고
다 쪄진 갈꽃을 건져 채반에 널어 말리길 며칠.
부드러운 갈꽃의 촉감에 오며가며 쓰다듬으면서 빗자루 맬 궁리를 했지.
그 도구를 만들 수도 있었지만 대가 가는 갈꽃비여서 그냥 손으로 끈을 묶어
매기로하고 마른 갈꽃의 대를 미리 촉촉하게 적셔놓았다가 비를 매기 시작했다.
거의 다 매어가는 중 퇴근한 홀탱님 널부러진 마루를 쳐다보곤 한마디 한다.
"난 참 이상한 각시랑 살어~" ㅋㅋㅋ
이 때 홀탱님이 퇴근해 들어왔다.
내 손으로 처음 매어보는 빗자루 매기에 열중하다 이제서야 사진을 찍었다.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길이 맞추어 다듬어 놓으니 처음 맨 솜씨치곤
그럴 사 하다. 아버지의 솜씨를 흉내 내며 그리움과 뿌듯함이 밀려온다.
홀탱님은 이상한 각시의 솜씨 자랑에 카톡방을 들락거린다.ㅎㅎ
동생들도 궁퉁맞기가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며 아버지를 추억한다.
완성된 빗자루로 너저분한 마루를 깨끗이 쓸고 보니 마음에 흡족하다.
부드럽고 잘 쓸리고 정전기 나지 않는 친환경 빗자루를 애용 할 것 같다.
이참에 빗자루 장사를 혀봐~?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일상의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정 엄니의 81번째 생신 축하 (0) | 2016.12.13 |
---|---|
용인 캐리비안베이 가던 날 (0) | 2016.10.04 |
친구가 보내준 가을보약 (0) | 2016.09.09 |
야호~ (0) | 2016.07.18 |
이상 없음 (0) | 2016.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