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흔적

친구가 보내준 가을보약

두레미 2016. 9. 9. 10:53

 

 

제법 선선하게 가을 느낌이 나던 날

오후의 햇살 든 베란다 풍경이 편안하다.

선선하던 날씨도 며칠 다시 찾아온 늦더위에 높은 습도까지

눅눅하고 찜찜한 날들에 온 몸에 이상 신호가 오더니 결국은

손목에서부터 손가락까지 아파서 손을 쓸 수가 없었지.

두통에 메스꺼움까지 동반하며 몸살 기운이 돌아 이부프로펜

한알 먹고 뒹글거리는데 친구의 톡이 뜬다.

 

땅콩좀 보냈어~

 

 

 

가끔 톡을 주고 받으며 나누던 대화를 마음에 담아두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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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게. 여름내 가물더니
김장채소  잘 크라고 비가 때 맞춰  내려주는지  고맙기만 하구만.  
배추  이파리가 나폴나폴
웃음꽃  피윘네. 근디  무우는  원래 저렇게 배추보다 늦는거여?
오이덩쿨이 싱싱하다 했더니
새로 심어 올리고 당근도
심고 무엇보다 솜털이 보송보송 난 콩 꼬투리가
이쁘네.ㅎㅎ
어릴적 가을이면 논에서 늦게 돌아오신 아버지 지게바작에 논두렁콩이
몇포기 풀무덤에 섞여 오는 날 가마솥에 가지째 쪄서 저녁먹고 앉아 간식으로
한가지씩 들고 까먹으면 그렇게 맛있었는데~
요즘 애들은 그런 간식 맛을 모르지?   그게 진짜 좋은간식일건데 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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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새벽부터 아침까지 비내리다가 그치고 지금은
뭉게구름 피우고있네.

우리  어릴적 금강가에 살아서 퇴적토로 들판이 넓었잖여~
그 밭에  온통 땅콩들을 심었지.  그땐  밀이 익으면 밀밭 고랑에 땅콩을 심었어.
더운 초여름  밀밭고랑에서
땅콩심는일  장난 아니었지.
껄끄러운 밀  사이에서 괭이로

구덩이파고  땅콩두세개 넣고 뒤꿈치로 흙덮으며
땅콩을심어 여름내 땡볕에 김매고 가을에 땅콩 수확
손으로 나무토막에 두들겨 떨어
말리고, 일 꾸러기였는데 값은 헐값~

그래서 땅콩은 잘 먹어요.ㅎ
볶은것보다는 풋땅콩 삶은걸 좋아해서 경동시장에가서
풋땅콩사다 삶아먹는다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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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던 땅콩과 금방 캔 풋땅콩. 벌레가 침을 놓아 진액이 줄줄 흐른

호박과 벌레가 구멍을 뚫다 만 아삭이 고추. 내 어릴 적 추억을 위해

다 영글기도 전에 잘리워진 콩대. 손이 많이간 도토리가루. 일일이

껍질 깐 호박잎이며 손이 많이가야 만들 수 있는 도토리 가루까지

그야말로 가을을 통째로 보냈다.

안그래도 우울하던 마음이 보약같은 친구의 가을 선물에 내 마음의

구김살이  좌~악 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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