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땡볕을 피해 늦은 오후 마트 가려고 나선 길 아파트 정원에
심어진 회양목 잎 사이사이 거뭇거뭇해서 병이 났을까 하고 들여다
봤다. 그런데 아니 이게 웬일?
뿔달린 회양목의 초록 열매가 익어 갈색으로 변하여 벌어져 씨앗을
털어내고 있었다.
세상에 여지껏 회양목을 봤어도 열매가 열릴거라고는 생각을 안
했을까. 이른 봄 양지바른 곳에서 연록빛 회양목꽃을 유심히 들여다
보긴 했어도 열매가 열리리라곤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예쁜 열매가 열리고 영글고 씨앗을 털어내고 있다니
뿔이 세개 달린 열매가 익어 벌어지고 껍질의 모양이 꼭 부엉이의
형상을 하고 있으니 어느 블로거님의 말마따나 세상에서 가장 작은
부엉이가 열리는 나무 회양목을 재발견하다니~
마트에서 돌아와 장바구니 던져 놓고 내려와 폰으로 사진을 찍고
또 찍는 나를 지나가던 이웃이 무엇을 그리 열심히 찍어요.
엉~ 이리 와 봐봐.
회양목 열매가 이렇게 이쁜 줄 알았어요? 했더니
하이고 이제 보니 으녕이 엄마 차~암 감성적이시다~ㅎㅎ
그녀가 지나가고 몇사람이 지나가도록 들여다보다가 그것도 모자라
씨앗 몇개를 따가지고 올라와 까보고 깨보고 털어보는 두레미를 보며
식물학자 나시겄다며 쯧쯧~
그러거나 말거나 사진을 찍었지.
참말로 신기하고 예쁘지 않나요?ㅋㅋ
뿔 달린 회양목 열매의 씨방과 까만 씨.
씨방의 모습에서 부엉이의 모습이 보이시나요?
내려간 김에 감나무에 감도 찍고, 느티나무에 앉아 구슬프게 울어대는 멧비둘기도 찍고
백과 사전에서 일부 복사해 붙였습니다.
"회양목은 선비들이 거처하는 사랑채나 서원에 한두 그루씩 정원수로 심었고, 주요한 옛 쓰임새는 이렇게 작은 목판이나 나무활자였다. 조선조에 들어오면서 왕조실록을 비롯한 책을 인쇄하는 데 필요한 나무활자는 주로 회양목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 외에 점치는 도구, 궁궐을 출입하는 표신(標信), 머리 빗, 장기 알, 각종 공예품 등에도 빠지지 않았다. 또 도장나무라는 회양목의 다른 이름처럼 개인 인장, 관인(官印), 그림이나 글씨를 쓰고 찍는 낙관(落款)을 회양목으로 만들었다. 옛 문헌에 나오는 이름은 모두 황양목(黃楊木)이며, 회양목이란 이름은 개화 초기 우리나라 식물의 일제 조사를 실시할 때 새로 붙인 이름으로 보인다."
'물처럼 바람처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 참 길다. (0) | 2016.08.12 |
---|---|
팔월 한여름 산책 (0) | 2016.08.05 |
청계산 여름 소풍 (0) | 2016.07.25 |
그녀의 사진 톡( talk ) (0) | 2016.07.24 |
하늘 풍경이 아름답던 날 (0) | 2016.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