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동쪽하늘에 여명이 시작되면 파르레한 하늘빛이 서늘하다.
9월 2일 새벽 하늘엔 깨져 떨어진 날카로운 하얀 사금파리같은 그믐달이 떴다.
서슬퍼런 하늘에 날을 세워보지만 금방 해가 돋고 이내 그믐달은 햇빛에 가려
밤이 되기도전에 서산을 넘는다. 온전한 숙면의 밤을 위해~ 그믐.
숙면하기좋은 계절의 아침은 상쾌하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져 어디든 떠나고 싶은 충동에 주말아침 자전거를타고 한강을 나갔다.
아침햇살이 눈부시다.
천과 강을따라 주말행사가 곳곳에 준비중이고 여의도에는 마라톤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과
아침햇살에 부드러운 녹색의 넓은 잔디광장엔 햇살머금은 꽃들과 그림자길게 드리운 나무들
여의도한강공원의 아침이 정말 눈이부시도록 아름답다.
아름다운 햇살과 바람과 풍경을 가르며 달리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니 홀탱님
나는 어때? ㅎㅎ
홀탱님이야 이아침 풍경중에 으뜸이지~ 홀탱님 없으면 앙꼬없는 찐빵여~ 둘이 함께라서
이 아침풍경이 더 아름다운거여요.
그렇게 달리고 달려서 잠수교를 건너 중랑천을 거스르기로 했다.
오랫만에 들어가보는 중랑천을 전에 오르내리던 추억담을 주고받으며 살짝 기대감이 생겼다.
의정부와 양주를거쳐 중랑천을 얼마나 더 거스를 수 있을지~
중랑천에 들어서 용비교 살곶이다리를 지나 청계천을 지나면 답십리 배수펌프장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중랑천을 본격적으로 거스르기 시작한다.
배수펌프장 굴다리길을 내려서자마자 이어지는 꽃길엔 중랑천의 꽃인 칸나가 탐스럽게 피었다.
홀탱님 탐스럽게 핀 칸나를 보자마자 자전거를 세우더니
"여기서 한판 찍어"
지나가던 아저씨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으며 지나간다.
그려요 한판 찍으라면 찍어야지 뭐~ 한바탕 웃음으로 심호흡을 대신하고 물 한모금에 몸도 풀고
다시 오르고 올라 양주까지 갔더니 동두천까지 길이 이어졌단다. 동두천에서 소요산까지도~
그렇다면 소요산까지 가서 전철을 탑시다. OK
양주시청앞에서 중랑천을 벗어나 덕계역 굴다리를 지나면 덕계천을 따라 길이이어지고 농로와
천을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은 덕계천과 청담천이 만나고 청담천은 회암천과 만나 신천으로 합류를 한다.
신천은 한탄강과 만나고 한탄강은 임진강과 만나고.
중랑천을 거슬러 올라와 덕계천부터는 물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그 생소함이 자꾸 어색하기만 했다.
충주의 달천을 거스르다 이화령을 넘어 영강을 따라 내려가며 어색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게 새로운길과 새로운 풍경에 흥분을 해 가면서 소요산역까지 재미나게 달렸다.
천을 따라 이어지는 평탄한 길은 무리없이 즐기고 전철을 이용해 되돌아올 수 있는 좋은 길이다.
봄과 가을 도시를 벗어나 농촌의 풍경과 주변의 멋진 산들을 바라보며 즐거운 하이킹이 될것 같다.
소요산역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기다리는데 횡단보도옆에서 할머님들이 파시는 산다래를보고
우리는 앞뒤 생각도 안하고 사서 자전거에 매달고 길을 건너 맛집골목을 타고 오르다가 초계탕과
막국수를 하는 집에서 막국수를 먹었는데 지금까지 먹어본 막국수중에 제일 맛이 좋았다.
반찬으로나오는 물김치맛도 깔끔했고 감자전과 닭고기가 서비스로 나와서 왕만두는 포장을 해 왔다.
자전거에 또 한봉지가 추가되고 막국수집에서 옆에 앉아 국수를 드시던 어르신은 성북동에서
일주일에 서너번은 시원한 냉 막국수를 드시기위해 오신다고 이북이 고향이신 어르신은 이집 막국수맛이
그중 맛이 좋다시며 치켜 세우신다. " 메밀로 만든 막국수를 한달만 먹으면 배가 쏙 들어가서 배나올일이
없어~. 나 배 안나왔잖아? 그리고말이야 여게서 나가다가 오른쪽으로 수입과자를 파는데 하나에 무조건
천원씩이야. 어데 그렇게 쌀 수가 있어. 이거이 봐봐. 하나 사서 이거이 먹으며 한바퀴돌다가 돌아갈 거야."
홀탱님 과자얘기에 솔깃해서 우리도 들려서 사가자고~
그래서 또 한봉지 추가. 자전거 두대에 대롱대롱 매달고 전철역으로들어가는데 삶은 옥수수가 또 맛있겠다고
옥수수를 그여이 사서 또 매달고서야 전철을 탔다.ㅎㅎ
9월2일 새벽하늘에 그믐달이 떴다.
한강의 북단 동호대교를 지나 중랑천을 들어가기전 강변의 고가도로 곡선이 참으로 멋지다.
중랑천은 칸나를 중랑천의 꽃으로 가꾸는지
칸나를 해마다 이쁘게 가꾸어 놓는다.
개량종이 아닌 탐스런 꽃잎에 칸나의 붉은 빛은
가을의 맑은 햇빛에 더욱 선명하게 빛이나서
넓은 잎과 붉은꽃잎이 맑고 푸른 가을 하늘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적 가을이 되면 학교 꽃밭에 탐스럽게
핀 칸나가 가을 햇살에 눈부신 붉은 빛으로
학교의 뒷뜰을 환하게 했던추억이 떠올라
마음이 아련해진다.
도봉산의 자운봉도 보이고.
백석교밑의 물 웅덩이에 바글바글 모여있는 어른 팔뚝만큼씩 큰 잉어들이 여전하게 모여있다.
전철길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을 덕계역조금 못미쳐 굴다리 밑으로 빠져나오면 자전거공원이 있다.
북쪽으로 갈 수록 천은 하류가 되고 주변 산새는 멋있어지고 천의 모습도 멋진 바위들이 풍경을 더한다.
양주시와 동두천의 시계에서 멀리 소요산이 보이고
소요산이 점점더 가까워지고 신천은 더 넓어지고
보산역앞으로 보산교의 아치가 이색적이다.
소요교를 건너기전에
바구니 수북하던 다래가 순식간에 바닥을 보인다. 벌써 무르기 시작한 다래를 몇개나 골라먹고.
사진을 한장 찍겠다고 하자 할머님들 자연스럽게 연출도 해 주신다.ㅎㅎ
이렇게 주렁주렁 매달고 서둘러 전철에 올랐다. 주말 사람이 많을것 같아서. 그런데 의외로 한가하더라는~
다래는 집에 오자마자 씻어 건져놓고 홀탱님 마트에서 설탕사오고
이튿날 아침에 바로 설탕에 버무려 효소를 담았다.
바로바로 무르는 성질때문에 물기빠지면서 무른것을 얼마나 골라 먹었던지~
홀탱님 군시절 간식으로 따먹던 추억에 반가워 돈도 아깝지 않다며 산 다래를
설탕에 버무려 넣고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마냥 신이나서는
"우리는 참 죽이 잘맞어~ 그지?"ㅎㅎ
둘이 아니면 앙꼬없는 찐빵이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