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놈,
여름 휴가라고 날짜를 받아놨는데
연일 비가 내리니 한 이틀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안되겠는지 배낭을 꾸리더니
휭하니 제주도로 날아간다.
1박2일로 제주에 가서 뭘 어쩌겠다고
비행기 삯이 아깝지~
다행히 제주도는 비가 안 온다고
실시간으로 사진과 문자를 전송하더니
이튿날
한라산을 오르는 중이라고
진달래 쉼터인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나
정상에 올랐는데 안개에 가려 백록담은
구경도 못하고 내려왔는데 죽을 것 같다고........ㅎㅎ
아뭏든
분기별로 배달되는 종보
이제는 별 관심두는 사람이 없으니
종부도 아닌 내가 그저 한번 훑어본다.
풍양조씨도 아닌 난?
수분과 양분을 공급하고 뿌리를 지탱하고
보호해 주는 흙 같은 존재?
그렇다면........
아니 뭘 그렇게 찍어요?
ㅎㅎㅎ
이 나무~
이나무가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겠는데
해마다 다른 나무보다 싹이 늦게 나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칠월초에서야 싹이 나더라구요. 죽은줄 알았더니~
그러더니 이렇게 꽃까지 피우네요.
근데 영 씩씩하지가 못해서요.
이파리가 드문드문 활짝 피지도 못하고 시원치가 않네요.
아이구~ 난 맨날 지나다녀도 올려다 보지도 않았는데
아뭏든
편백나무 열매.
솔방울처럼 익으면 벌어져서 씨앗이 빠져 나온다.
예전엔 이 열매를 따서 차를 끓여 먹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다닥다닥 달린 열매를 보니 차 생각이 났지만 도시의 한 복판
자동차가 쉴 새없이 다니는 도로가에 심어진 편백 열매로 차를 만들수는 없고
이쁜 열매를 들여다보며 아쉬움을 달랜다.
아뭏든~
요것은 무슨 열매일까?
나무는 꼭 개암나무 같이 생겼는데 열매는 자줏빛이 반짝반짝 빛이나는게 이쁘다.
하나 따서 만져보니 겉 껍질이 벗겨지면서 속 껍질이 단단하다.
초등학교 운동장에 있는 은행나무가 은행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
어찌나 탐스럽던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또 카메라를 꺼내든다.
아뭏든
동네에 들어서면서 교회 입구에 핀 나리꽃이 이뻐서 또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 머뭇거리다가 가방을 둘러메고
생각나는 책이 있어 영등포엘 나갔다가 허탕치고 들어오는 길
걸어서 크게 동네 한바퀴만 돌아 온 셈이 되었다.
아뭏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