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교회 마당에 멋진 나무가 있어요.
이름도 모르지만 오가며 올려다보는 나무랍니다.
해마다 봄이면 제일 늦게 잎을 피우는 관계로 조마조마 기다리는데
올해는 봄이 다 가고 여름이 오고 장마소식이 전해지는데도 감감소식이더랍니다.
남편과저는 거의 매일을 나무의 안부를 이야기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지요.
여름꽃이 한창인데 늦봄에 꽃을 피워 보도블럭에 좁쌀같은 꽃을 쏟아 꽃카펫을
깔아주던 나무는 올봄 좀처럼 녹색기운이 감돌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요.
교회마당에 올라서서 잔가지를 꺾어보기도 하고 지나는 길이면 올려다보며 안타까워
어떻게 된거야?
그런데 지난 일요일 그러니까 6월하고도 16일이나 지났는데 마트가는길에 올려다보니
가지끝마다 몽글몽글 해 졌더라니까요. 얼마나 반갑던지 발걸음을 멈추고 남편과 저는
한참을 올려다보며 살았어~! 살았다!!! 저 저 가지끝을 봐~ 몽글몽글 하잖아~ㅎㅎ
그리고 장마가 북상하여 비소식이 전해지고요. 어제 화요일 비가 왔지요.
집안에만 있으니 마음마저 우중해져서요? 우산을 챙겨들고 산책을 나갔어요. 안양천으로~
안양천 나가기전에 교회마당으로 먼저 갔습니다.
나무가 싹을 얼마나 키웠을지 궁금했거든요.
그랬더니 요만큼 이쁘게 싹이 자랐더라구요.
작지만 모양이 또렷한 감꽃을 닮은 꽃도 피워줄지 기대가 된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도림천을 따라 안양천으로 발걸음을 했지요.
바람이 놀다간 자리엔 풀 멍석이 깔렸네요.
구슬같은 빗방울 장식을 하고서~
내 키보다 훌쩍 자란 갈대며 억새가 무성합니다.
하얀 망초꽃이 청초롬 하고요.
안양천으로 나오니 꽃밭엔
여름꽃이 한창입니다.
노랑숙근 코스모스가
흐린하늘 대신 환하고요
젖은 날개를 접은 배추흰나비가
살포시 깃들었네요.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나비를 따라다니다가
그만 포기하고 말았지요.
꽃이 피기전엔 톱모양을한
톱풀을 보면서 도대체
어떤 꽃이 피어날까 궁금했는데
와~ 이렇게
비오는 날의 수채화가 따로 없네요.
내가 좋아하는 파스텔톤의
잔잔한 꽃이 이쁘게 피었어요.
이리저리 쳐다보느라 바짓 가랑이
젖는줄도 모르고 다녔습니다.ㅎㅎ
왕 아주가 잎은 어짜나 탐스럽게 자랐는지 뜯어 쌈을 싸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니깐요.ㅎ
크로바 꽃이 시들어가면
여름꽃 원추리가 피기 시작하고
하얀 망초꽃이 한창인 안양천에서
비오는 날의 산책이 발걸음 가볍습니다.
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마음속에
그려보며........
무더운 여름날이 마음만이라도
그러하기를 바라며
발걸음하시는 모든님들께
네잎 클로바의 행운을
드려요.
'물처럼 바람처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갯짓 (0) | 2013.07.10 |
---|---|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풍경 (0) | 2013.06.29 |
여름 시작~ (0) | 2013.06.13 |
일요일 석촌호수와 우리동네의 야경 (0) | 2013.06.03 |
주말 나들이 (0) | 2013.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