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다섯시 알람에 로봇처럼 일어나 남서향의 발코니로 나오면
희뿌연 새벽이 가벼워졌다.
우리들과 함께 입주한 셀렘은 웃자란 줄기를 구부려 모은채 실루엣으로
새벽마다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셀렘의 실루엣을 뒤로하고 북동쪽 주방의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동녘의
하늘은 갈 바람이 들었다.
가벼워진 구름과 높아진 하늘은 제법 선선함으로 갈 바람을 품었다.
정오를 전후한 한낮의 햇볕은 수직으로 내려와 세상의 구석구석을
차별없이 비추인다.
동네 공원의 그늘막으로 햇볕을 피해들어갔다.
한창피고있는 배롱꽃이 공원의 그늘에 환하다.
부드러운 꽃잎은 바라보는 눈빛으로도 그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질듯
얇고 고운 주름이 마치 살갗에 스치는 쉐폰자락처럼 시선을 스친다.
감히 손으로 만질 수 없음에 눈으로만 바라보다가~
그여이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습기 날리운 가벼운 갈 바람에 살랑살랑 고운 꽃잎자락을 맘껏 펼치며
자태를 뽐낼 배롱꽃에 한낮의 그늘에서 눈 부시다.
가을의 풍요를 기원하는 축문의 소지처럼 붉게 타올랐다가
떨어지는 배롱꽃의 낙화가 그늘진 나무밑을 환하게 밝히리라.
갈 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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