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흔적

쑥 뜯기

두레미 2013. 4. 16. 09:47

 

올 봄은 예년에 비해 낮은 기온의 연속이어서 꽃샘추위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봄날인것 같다.

더러는 이러다가 정말 빙하기가 오는것 아니냐고도 하고

아뭏든 봄날은 변덕스럽다?  변화무쌍하다?

앞마당의 목련은 어느 한날도 활짝 피지 못한채 꽃잎을 떨군다.

지난주 비 때문에 연기되었던 쑥 뜯기.

날씨 덕분에 쑥이 웃자라지 않았을것 같아 다행이라며 출발~

서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면서 제2의 서해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체증이

덜 할거라예상했건만 평택에 들어서면서 분산되었던 차량이 다시 유입되니

체증은 더욱 심해지고, 이왕 할거면 서해대교지나 당진까지 연결을 하던지

오히려 체증을 더 유발시켰다고 꿍시렁 거리며 짜증지대로다~

도로공사에선 지리전공한 사람이 필요하다며 열변.

그래도 알건 모르건 대꾸해주는 마눌과 꿍짝거리며 무사히 도착하여

탑상골 논두렁 밭두렁에 지천으로 돋아난 쑥을 뜯었다.

바람이 어찌나 세던지 쑥봉지가 날아갈 까봐 단단히 잡고 쑥을 뜯어야 했으니

처음엔 파릇파릇 돋아난 쑥이 이쁘기만 하다가 한참을 엎드려 쑥만 쳐다보고 있으니

나중엔 쑥인지 풀인지 이쁜 맘은 사라지고 눈앞이 온통 쑥으로 멀미를 하게

생겼으니 슬슬 꾀가 난다.

빈 밭에 꽃밭처럼 피어난 냉이꽃을 들여다 보다가 광대나물꽃이 무더기로 핀 밭에

주저앉아 꽃을 따서 꿀을 빨다가 해찰 삼매경에 빠져든다.

해가 갈 수록 쑥뜯기도 심드렁 해지는 것인지 쑥봉지를 가늠해 보며 이만하면 됐다고

돌아 나왔다.

딸 내외가 쑥 뜯으러 온다고 묵 쒀놓고 동태전을 이쁘게 부쳐놓고 기다리신 신여사님

모시고 오리고기집으로 직행하여 오리고기로 저녁밥을 대신하고 돌아와서

이른 저녁 덕분에 오붓하고 한가한 저녁시간은 신여사님 못다한 얘기를 들어드리는 시간.

한 얘기를 또 하고 또 해도 처음처럼 열변을 하시는 신여사님 아마도 자식이 여럿이어서

마음속에 한을 품지 않고 풀어내시며 사셔서 정신건강은 문제없으실거다.  아마도? 두레미 생각.

 

 헛간채 옥상에 올라보니 동네의 역사와 비슷한 홰나무가 아직도 건재하다.

우리 어려서는 고사목이 될것 같았는데 잘 보살핀 덕분인지 오히려 우리 어렸을적보다

더 건강해진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릴적 여름밤 불도 없이 캄캄한 밤이면 친구들 얼굴도 안보이는 나무밑에 앉아 놀던 추억이 가물하다.

 

 후퍼니(후포리) 동그막산에 모셔진 단군사당일지 내 기억으로는 동그막산 꼭대기 소나무 숲

사이에 사당이 있었고 지금 저 자리에 야학당건물이 있었던것 같은데 야학당 건물이 사라지고

사당이 내려왔는지 예전의 모습과 조금 달라 보인다.

어릴적 10월3일 개천절이면 단군제를 지내기 위해 면장님과 면의 유지들이 모여 제를 지내면

국민학교 5학년 여자반이 개천절 노래를 부르기위해 참석하는데 그 댓가로 참석한 여학생들은

사과 한개씩을 받았었다.

그 사과 한개 받아먹는 것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얼른 5학년이 되었으면 했었지.ㅎㅎ

 

 친구가 귀농하여 운영하는 두레미 농장의 일부모습도 보인다.

우리 동네에서 전망이 제일 좋은 곳일거다.

어릴적엔 높게만 보이던 뒷산의 모습은 아늑하기만 하고.

 

 푸르러야 할 대밭들이 추위 때문인지 대나무들이 모두 희끄무레 제 빛을 잃어버린것 같았다.

날이 풀리면 푸른빛을 찾을려는지 죽순이 올라오면 우리 엄니 죽순을 캐실텐데

어릴적 대나무는 가늘어도 쓸모가 많았는데 지금은 플라스틱용기와 철재가 대신하니

대나무의 쓸모가 없어졌다.

대나무 소품은 무공해 친환경제품이어서 좋기는 하지만 만드는 수공이 너무 많으니

만들기도 값이 비싸기도 하다보니 일상생활에서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그런것들이 대나무 뿐이겠는가.

 

 

 전화를 받으시고 솎음배추를 가지러 가시려고 채비를 하시는 신여사님.

딸이 왔다니 이것저것 얻어주시고 챙겨주시고 그저 자식주는 재미에 신바람이 나셨다.

 

 남새밭엔 마늘이며 비닐하우스안엔 고추와 쌈채소들 자투리마다엔 대파, 쪽파, 부추,

민들레 냉이까지 우리엄니 채소창고인 텃밭이고 우리엄니는 우리들의 텃밭이시다.

 

우리들의 텃밭이신 신여사님.

힘들고 어려울 때면 찾아가 위안받을 수 있고 기쁠때면 기쁨을 몇배는

더 크게 튀겨낼 수 있는 우리들을 다 품으시기도 다 내어주시기도 하는

텃밭같은 우리들의 엄니 신여사님 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팔십이 내일모레인 엄니와 육십이 내일모레인 딸.

모처럼 친정에 가서 저녁밥은 사서먹고 아침밥은 엄마가 해주신 밥을

받아먹고 설겆이도 안하고 내빼버리니,  홀탱님

애들 뭐라 할것 없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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