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마음의 무게

두레미 2008. 6. 5. 09:49

나는 풍채도 좋은 환자를 지켜보고있었다.

원래의 모습인지 몸이 아파 부은건지 누워있는

남자의 체격은 내가 앉은 방에 꽉차는 느낌이었다.

그 방엔 그 남자가 누워있고 내 딸과 내가 있었다.

그 남자는 곧 운명을 할 사람이고 나는 담담히 지켜

보고 있었다.

깊고 큰 숨을 몰아 쉬는 그도 나도 아무런 마음의

동요는 없었다.

다만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딸아이는 내 옆자리에 누워 자고 있었고 나는 앉아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나를 보며 편안하게 가고 싶다고 이대로 그냥

자연스럽게 갈 수 있을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남자의 숨은 자꾸만 짧고 가빠졌다.

숨이 가빠지고 짧아지면서 그의 몸도 자꾸만 작아지고

고통으로 오그라들었다.

새우처럼 잔뜩 웅크린 그의 몸부림에 잠을자던 딸이

깨어나고 나는 딸과 함께 지켜보고 있었다.

담담하던 내 마음이 두려움과 슬픔으로 메어져오고

딸은 무서워 방을 나가려고 했다.

나는 딸이 나가는것을 말리며 옆애 있어달라고 했다.

그 남자도 나를 거들며 딸에게 말했다.

"그래라 네가 나가면 엄마가 혼자 무섭지 않겠니."

딸은 수긍하는지 나가지 않고 내 무릎에 엉덩이를

들이밀고 앉았다.

나는 딸을 앉은채 그 남자의 고통을 지켜보고 있었다.

모로 누워 바짝 구부린채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그

남자가 내 아버지로 보였다.

나는 내 딸을 무릎에서 내려놓고 그 남자를 끌어안은채

서럽게 서럽게 울다가 깨어났다.

눈물이 범벅이된채 꿈에서 깨어난 나는 한참을 가슴

메이는 슬픔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즐거운 만남이나 기쁨뒤에도 이별 뒤에도 평범한 우리의

일상에서도 마음을 다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 아쉬움은 마음의 무게로 남아 주렁주렁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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