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가 내리고 난 뒤의 공기는 맑고 청량하다.
밤낮의 기온차가 커서 쌀쌀한 새�을 여는 아침
햇살이 맑고 투명하게 빛난다.
강서 생태 공원에 심어진 보리는 하루가 다르게
여물어가고 나뭇잎들은 초록을 더해간다.
오늘아침도 여늬때와 마찬가지로 빨래가지를 정리해
삶으며 창문을 여니 아침햇살이 눈부시다.
가슴속까지 싸한 맑은 공기로 집안의 공기를 바꾸고
차 한잔을 마시며 문득 생각이난다.
우리집 안방 되창문(안방 아랫목에 머리만 내밀 수
있는 정사각형 작은 문) 모서리에 아침 햇살이 비칠
때면 어김없이 맑고 낭낭한 아이의 노래소리가 들렸다.
어제는 저집 오늘은 이집 돌아가며 들리는 노래소리
그당시 이이들이 불렀던 노래였던것 같은데 기억은 나지
않는다.
손에 바가지 하나를 들고 대문앞에 서서 공손히 인사하고
노래를 부르며 밥을 얻으러 다니던 그아이가 생각난다.
마르고 남루했지만 영리하고 똘똘했던 그아이는 동네에
언제부터인지 혼자 사시던 아저씨네 집에 들어와 살았다.
그 아저씨는 바깥 출입이 거의 없었고 그래서 모습을 보기가
쉽지않았다.
방두칸에 부엌이 딸린 일자형집에 작은 마당이있는 그래두
그 마당가에도 실과 나무 몇그루는 있었던것 같다.
마당 한켠을 일구어 나무새를 심고 가꾸는것 외에는 무엇으로
어떻게 끼니를 이엇는지는 모른다.
보리가 익기전인 요즈음이 농촌엔 춘궁기라서 어느 집이고 식량
형편이 넉넉치 않았다.
쑥을 캐면 쑥버무리 아카시아꽃이 피면 꽃버무리 골담초꽃도
꽃버무리 텃밭에 아욱은 아욱죽으로 적은양의 곡물로 양을
늘리는 재주가 있어야했다.
아침마다 밥을 얻으러 다녔지만 그아이의 모습은 비굴해 보이지
않았다.
발걸음은 언제나 가볍고 공손했고 말씨는 바르고 또박또박했다.
공으로는 밥을 얻어가지 않겠다는 그아이는 대문앞에서면 집 주인
에게 양해를 구했고 밥을 얻은다음 꼭 노래로 보답을 했다.
그런 그아이의 노래소리는 처량하지 않았고 맑고 낭낭했으며 그
아이를 쫓아내는 집은 없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 아이는 프로였다.
그런 그아이를 동네 사람들은 똘똘헌 놈여!
이름도 있었을테지만 생각나지 않고 같이 살던 아저씨의 별명만
생각이 난다.
또또래미 아저씨.
학식이 높은 선비라고도하고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정신을 샹했
다고도 하는 아저씨는 친한 사람도 잘 아는 사람도 없었던것 같다.
아뭏튼 그아저씨와 아이는 한동안 동거를 했었다.
그리고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뚜렷한 기억이 없다.
이 아침 쌀쌀한 공기에 갑자기 그 아이와 아저씨 생각이 나는것일까.
그아이는 어찌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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