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신 초록이 일색이다.
이 아름다운 오월의 푸르름에도 터지고 갈라지는
아픔은 있다.
터지고 갈라져야만 나오는 꽃과 이파리들, 우리네
마음도 터지고 갈라지며 더넓고 새로워진다.
며칠전 딸이 하는말,
"엄마 나 아까 깜짝 놀랬어. 컴을 하고있는데 뒤를
돌아보니 할머니가 서 계신거야. 그런데 할머니가
갑자기 너무 낯 설고 왜 그렇게 작아보이는지 깜짝
놀랬어. 할머니가 너무 작아 지신거야."
" 이제 알았어 연세드시니까 자꾸 살과 근육이 빠지
시니 작아지시지."
그렇다 매일을 보고 살아도 어느날 갑자기 낯 설고
새로워 보일 때가 있다.
곰살 궂진 않아도 속깊고 무던해보이던 며느리도
여우같은 며느리 생각만하면 속 터지고 편안해 보이는
얼굴이 부화를 치밀게 한다.
예쁘게 보이던 것들도 미웁고 평소 안보이던 행동 거지
들도 눈에 거스른다.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고 놀랜 사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며
밤에 잠이 안온다.
사사건건 간섭하며 잔소리를 하고 다니신다.
"내가 요새 밤에 잠을 못잔다. 걱정거리라고는 없는디 뭔
병인지 모르겄다. 가지가지 병 짓을 다 헌다. 지금 죽어도
아무 미련 없는디 조용히 자는듯이 가는게 소원인디 지금이
딱 죽을 나인디 왜 이렇게 오래 사는지 몰러."
"어머님 연세에 건강히신데 왜 죽어요 건강히시기만 하시면
백이십살 사셔도 괜찮혀요."
"너 지금 시에미헌티 악담허냐 징그런 소리 허덜말어."
하시면서도 잠못자는병에 걸려 죽게 생겼다고 쫓아디니시며
왜그러냐구 성화시다.
"어머니 그이유는 저도 잘 몰러유. 조금있으면 요앞에 의원
문열으니까 의사선생님께 여쭤보러 가세요."
" 나혼자는 못가 나는 누가 데려가야지 혼자는 못간다."
의원을 가시는 내내 빨리 죽어야지 죽고싶다고 잠시도 말씀을
멈추지 않으신다.
의원에 올라가 의사선생님의 문진과 진찰을 받았다.
"이 약을 주무시기전에 드시면 잠이 올거예요."
"이 약을 먹으면 잠이 오남유." "예."
"그런디 이 약을 먹고 아주 가버리면 어떡혀."
"ㅎㅎ 할머니 이약은 아주 가실만큼 독하지 않게 약하게 할머니
잠 잘 올 정도로만 처방된거니까 안심하시고 드셔도 됩니다."
의원을 나와 약국에 들러 약을 받아 돌아오는길엔,
"오래 살다 봉게 별눔의 병짓을 다혀. 나는 너땜이 살어 나는 너
없으먼 못살어. 내가 니 덕에산다."
이제는 무디고 무디어진 마음의 간극에 연민의 정이 생긴다.
미움과 시기와 질투, 고마움과 미안함이 뒤범벅이되는 감성과
이성의 사이에서 새 살이 돋고 꽃이피고 새순이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