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흔적

꿩 대신 닭

두레미 2008. 3. 22. 18:34

"이봐요. 두레미 24일이 뭔날인지 아남?"

"알쥐."( 알쥐는 털없는쥐라며 웃어대던 시절이 있었다.)

"근디 뭔 좋은 계획이라도있어유."

"계획이야 맹글면 되는데 주말에 오후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네."

"그려서."

자전거타고 한강을 거슬러보기하면 어떨까?

지난겨울 북서풍을 맞으며 한강변 자전거타기로 소일을

했었다.

천을 따라 강을 따라 자전거 타기는 비용들지 않고 소일하고

운동하기에 참 좋다.

"간단하게 도시락 준비해서 강변에 앉아 먹고 쉬었다가 봄

바람 쐬면 어떨까요? 달링!(아빠 졸라 유치해)

멀리 외지 바람쐬는거는 5월쯤에나 나무잎파리나면 나갑시다."

어찌하나 머리 굴려봐야 뾰족한 수 없다.

"그대신 나보구 밥 싸라구허지마요."

우리는 나들이 하면 꼭 밥을 싸가지고다니는 촌뜨기다.

나들이 잡아놓고 즐거운게아니라 짜증날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려그려. 그러면 물하고 과일 계란 몇개만 삶아줘 나머지는

내가 준비할게."

"그게 그거지."

어쩌랴 배고픈건 절대 참지못하는 먹성을.

그래두 다른때보다 약소한 준비를 마치고 남편은 김밥집에서

김빕 두줄 빵집에서 빵 한보따리를 안고온다.

"으이구 빵집앞을 그냥 못지나오지."

간편복을 갈아입고 출발해서 안양천에 들어서니 갯내음이 물씬하다.

밀물때가 되어 바닷물이 역류해 천으로 올라오고있다.

"음, 갯냄새 물들어오네."

그러게 다른때보다 물이 더많은거같다.하며 한강에 다다르니

강물 수위가 꽤 올라와있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니 압구정을 지나 탄천에 이를때까지 갯

내음이 난다.

겨우내 나야 행주대교에서 여의도나 다녔지 더이상은 거슬러보지

않았기 때문에 상류의 물빛이 어떻게 다른지 알지 못했다.

상류로 올라갈수록 물빛은 맑고 푸르렀다.

잠실대교를 지나니 물빛도맑고 바람도 상쾌한것 같았다.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니 암사동 구리간의 다리공사로 길은 더이상

갈 수없었다.

돌아나와 한가한 강변을 찾아 자리를 잡고 싸간 도시락을 풀었다.

맞은편 아차산은  꼭 우리 어릴적 금강건너 보이던 산과 닮아 있었다.

"아차산이 꼭 파진산같다." 

"음 맞어 바위가많은것도 높이도 강건너 있는것도."

우린 어릴적 추억을 얘기하며 도시락을 먹었다.

"오늘 왜이렇게 김밥이 맛있지. 김밥이 이렇게 맛있기는 처음이네.

강물도좋고 강바람도좋고 김빕도밋있고 꿩대신 닭인데 괜찮군.

낭군님 덕분에 봄소풍 즐거웠소이다. 함께하니 행복혀요."

"맨날 말로만 허지말고 보답을 혀봐."

"무신보답 행복허먼 그게 보답아닌감유."

'일상의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봄에도 꽃비가 내렸겠지.  (0) 2008.04.10
결혼식  (0) 2008.04.07
장을 가르다.  (0) 2008.03.28
남의 돈 먹기가 쉬운가.  (0) 2008.03.27
허탕치다.  (0) 2008.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