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운명이야!
아니 이런~
카페에서 농산물을 구입했더니 덤으로 가지와 오이맛 풋고추를 넣어 보냈다.
자기네 텃밭에서 직접 기른것이라며 종종 덤을 넣어준다. 카페에서 회원들끼리 먹고 남는것을 덤으로 주기도 하고 팔기도 하고 ~
오이맛 고추는 지리다고 쳐다도 안보는 식구들 가지는 신문지에 말려 오는동안 껍질이 쭈글쭈글 해 졌다.
그래도 채소 귀한 장마철 알뜰히 챙겨 먹어야지.
아삭아삭 풋고추는 댓개씩 나만 먹고 가지 나물을 해 보자.
어김없이 새볔 다섯시 기상 나무늘보처럼 일어나 조반 준비를 하며 가지를 씻어 찜통에 찌려고 다듬는데 겉은 멀쩡 해 보이는데 꼭지를 자르니 벌레 구멍이 쑝~
꼭지를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니 꽃받침 사이로 침을 박아 찌그러진 흉터가 보인다.
햐~ 참 귀신같네.
구멍을 사선으로 자르니 초록색 애벌레가 얌전히 들어 앉았다.
밝은 불빛에도 꿈쩍도 않고 고개를 쳐박고 있는 모습이 잠을 자고 있나보다.
이 애벌레를 깨워 말어.
살려줘? 어디에? 어떻게?
가끔 채소를 다듬다 나오는 곤충이나 개미들은 창문 밖으로 내 보내며 죄책감을 날려버리곤 했는데 애벌레를 어쩌지?
잠시 망설이다가 가지를 더 잘라 잘라진 애벌레 집을 임시방편으로 봉합 해 음식물 쓰레기 봉지에 넣으며, 그래 자던 잠 자거라.
이 모든것이 너의 운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