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음력은 윤달이 있어 친정아버지의 제일이 양력날짜가 한참이나 뒤로 밀려졌다.
음력 11월 11일에 돌아가셨으니 제일은 10일자시로 정해져서 음력 10일날 밤 제사를 지낸다.
아버지 제사 지내고 4일후면 엄니 생신.
참말로 애매하신 날짜때문에 제사에는 아들들만 대부분 참석하게되고 딸들은 엄마 생신을
위주로 모이게 된다.
아버지 제사 날짜에 맞추어 주말에 엄니의 생신을 당겨 할 수 있으면 다행히 형제들이 한꺼번에
다 모일 수 있는 기회가 되는것이고 올 해 처럼 연말과 새해를 겸한 날짜의 조합이 이루어지면
한자리에서 아버지 제사와 연말연시 송구영신의 밤도 되고 날이 새기도전에 엄니의 생신 축가를
불러제끼는 돌아가신 아버님까지 참석한 엄니의 생신축하가 된 셈이라며 날밤을 새우니 새해 첫날
성흥산 일출은 아마 날이 맑았어도 시간맞추어 일어날 사람 없었을거다.ㅎ
날밤이 새는지 시간이 가는지 돌아가신 아버님을 모시고 살아계신 엄니를 모시고 한해의 끝과
시작을 함께하는자리는 쉬이 끝이 나질 않고 새벽이되면서 하나둘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줄어들고
새벽에 내리는 함박눈은 소복소복 지붕에도 자동차에도 쌓이고 우리들의 마음에는 추억이 쌓이고.
칭찬과 격려뒤에 충고와 덕담이 어우러진 회한과 원망도 기쁨과 보람과 축복으로 승화되는 자리
가장 가깝고도 애증으로 점철되는 가족관계에 그래도 이렇게 모여서 하하호호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언덕이 되는 자리가 고맙고 감사하다.
열심히 살아주신 엄니와 형제 자매들 헤어지고나면 각자 자신들의 자리에서 사느라 눈코 뜰 새 없지만
마음은 언제나 고향이고 자라온 환경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것이 사람살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지금처럼만 서로 같이 하나이면서 엄연히 따로이도 뭉칠 수 있는 가족으로 오래오래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생전에 회좋아하시던 아버지 제상 한가운데 회를 올려놓고 배가나와 엎드려 절 올리기
힘들다고 투정부리던 사람들이 아버지 드시고 남은 음식과 음복에 웃음꽃이 핍니다.
아버지 덕분에 맛난 음식과 좋은 분위기를 누린다며 덕담들을 나누다가 엄니의 생신축하
케익이 아이스크림케익이라 날이 새기를 기다리면 다 녹아버린다고 서둘러 생신축하를
합니다. 핑계는 아버지를 모시고 하는 생신이니 더 의미가 있대나 뭐라나~
형식과 절차는 어차피 시대와 지방과 가풍에 따라 다르고 달라지고 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침을 먹고 자식들은 또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엄니는 앞뒤꼍을 다니시며 일곱자식에게 골고루 챙겨주시고 미끄러운
눈길에 자식들 갈길 걱정을 하십니다.
조심들 해서 가거라 가서는 잘 왔다고 꼭 전화하라고 그래야 맘 놓고 주무신다고.
고향을 지키시는 엄니의 생물학적 가치는 저 든든한 홰나무에 비해 하잘 것 없을지 몰라도
그 속에 깃든 정신적 영혼의 가치는 하늘 보다도 바다보다도 넓고 깊습니다.
엄니를 비롯하여 가정가정마다에 건강과 행운이 늘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