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명산 등산으로 온 몸이 몸살을 하던 근육통이 가라앉고 주말이 되어가자
오히려 몸이 가벼워진듯 하다며 등산으로 새로운 근육 단련을 해 보자며
경사가 가파르지 않은 북한산 둘레길을 이어보자고 준비물을 챙겨놓고 주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금요일 저녁 친구의 문지가 도착했다.
둘레길 계획 철수.
고향친구들과 친구 아버님께서 마지막가시는길 마련한 잔치에 참석하자며
친구들 속속 모여들고 서울사는 친구들은 이참에 아주 1박2일 고향여행에
농장체험을 해보자며 신이났다.
조문을 마치고 부여읍내에 사는 친구집으로 몰려가 밤새 두런대다가 밤잠을
설치고 아침일찍 고향으로 들어가 농장을 돌아보고 다듬이 체험도 해보고
어려서 수도없이 올랐던 뒷동산을 둘러보는 탐방을 했다.
고향에 터를 잡고 사는 친구가 있어 가능한 고향에서의 추억여행이 가능하다.
뒷산에 올라 내려다보는 전망은 추억속으로 우리를 이끌고 날리는 송홧가루에
바짓가랑이가 노랗게 물들어도 고삿길 언덕에 피어난 봄나물에 환호성을 질러대며
산비알에 돋아난 취를 뜯어 씹으며 음~ 어려서는 쓰디쓴 나물맛이
이제는 입에 달아질만큼의 세월을 추억하며 쓰디쓴 머위잎을 사정없이
뜯어내고 텃밭의 상추를 욕심껏 뜯어 친구네 어머님께서 내어주신 삼겹살을 구어
볼아지가 터지도록 고향의 봄과 추억을 몰아넣는다.
쓰디쓴 나물이 달아진 나이 이제는 환갑이 내일모레라는 말을 후렴처럼 되뇌이는
친구들은 육체적인 허기가 아닌 정신적인 허기를 맘껏 달랬으리~
그렇게 점심을 먹고 고향에서 터줏대감이 된 친구가 모처럼 모인 친구들을 위해
부소산의 조용한 산책길을 안내하겠다며 오전예배를 마치고 가이드를 자청하고 나섰다.
친구의 차에 포개어탄 우리들은 비좁아 포개어져서도 잠시도 그치지않고 조잘대며
수다가 이어지고 몇십년만에 만났어도 어제처럼 느껴진다며 세월의 간극은 금방
허물어지고 서로의 말은 거부감 없이 섞이어 유연하게 흐르는 백마강의 강물처럼
유연히 흐르며 우리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우리엄니의 작은 고추농장엔 벌써 고추가 주렁주렁~
잘 가꾸셨다고 칭찬 해 드리니 자랑스런 미소를 지으시는 엄니.
농장입구에 핀 으름덩굴 꽃.
주름잎꽃이 널쿨로 무성하게 뻗어있다.
땅싸리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숲길을 안내하는 친구
숲에 쳐놓은 거미줄에 송홧가루가 뽀얗게 걸리었다.
고향동네 입구에 있는 은행나무와 팽나무는 거목으로 자라 마을의 수호신처럼 든든하다.
우리어려서는 작고 가늘던 팽나무가 자라서 이젠 튼실한 거목이 되었다. 나처럼~ㅋㅋ
부여 구드레조각공원족의 서문으로 부소산을 올라 왼쪽으로 한바퀴 돌아 내려왔다.
예전 군창터를 지나 왼쪽으로 낙화암 백화정에서 추억을 더듬고
기념사진도 찍고 고란사는 위에서 그냥 내려다보기만하고 간이 벤취에서
친구가 싸온 방울이 도마토와 과자를 간식으로 먹으며 또 왕수다를 떨고 ~
왕자님들의 산책로였다는 태자골을 새로 정비해서 조용하고 산책하기 좋은 길이라고
친구가 꼭 한번 소개하고 싶다고 말한 태자골 산책로엔 산성의 북쪽으로 한적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 현지 주민들의 주 산책로이기도 하다.
우리 어려서는 태자골이 아닌 때째꼴이라 불렀다.
어릴적으로 돌아간 우리는 태자골이 아닌 때째골을 산책하고 왔다.ㅎㅎ
때째골산책로 중간에 하약골(계곡에 작은 약수터가 있던 작은 마을) 누구네
작은 며느리였던 분이 매점을 하고 있다고 그 매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먹자고 매점주인이신 아주머니 오매나 이렇게 곱고 아름다우시다니 그 인상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사코 사양하시는 걸 기꺼이 사진한장 찍었다.
부소산엔 예전에 철쭉이 아름다웠었다.
오월 숲이 우거지면 작고 여린 진달래가 지고나면 꽃받침이 끈적한 철쭉이
피었는데 꽃이 크고 진한 분홍색이 어둑한 숲을 환하게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런데 지금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철쭉이 대신하고있다.
송홧가루 흩날리는 숲속은 뿌옇게 노란 연무가 흩날리고 숲길의 발치에 웃자란
풀꽃들이며 울창해진 나무들 특히 소나무가 많은 부소산의 숲에 감탄하느라
자꾸만 뒤처지는 나는 친구들의 발걸음 따라잡기 바쁘다.
기울어진 햇살에 실루엣으로 모습을 나타내는 반월루엔 송홧가루에 솔향묻은 바람이 거세게 들이친다.
서문입구에 한옥의 음식점인데 팔작지붕에 유려한 곡선의 기와지붕이 아름다워서 한참을 빠져들었다.
반월루를 지나 다시 서문으로 내려와 저녑밥을 먹고가자는데
중구난방인 친구들의 메뉴에 부여읍내를 몇바퀴 돌다가 결국은
다시 음식문화의 거리로 와서 바지락칼국수를 먹고 마지막 버스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