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갈 수록 맑고 투명해지는 물과 바람과 햇살 그리고 하늘과 공기
날마다 짙어지는 단풍 색깔에 조바심이 납니다.
나뭇잎이 다 지기 전에 한번 나서야되는데 자꾸만 발목을 잡는 일상들
작정을 하고 나섰습니다.
그냥 눈감땡감 일요일 하루를 온전히 우리들의 날로 정하고서~
이제는 쌀쌀해진 아침기온에 복장을 바꾸어 입고 자전거 타이어에 바람도
팽팽히 채우고 싸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산뜻하게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용산역에 도착하니 전에 만났던 분노로 가득한 할머니 생각에 조바심이
납니다. 또 그 할머니를 만나면 어떡하지. 깜빡 잊고 돈 천원 준비를 못했는데
다행히 그 할머니는 보이지 않습니다.
여유있게 화장실을 다녀오고 승강장으로 내려가니 예상외로 자전거 부대가 많습니다.
다행히 8량을 달고 운행을 하여 안심하고 타고 갔지만 가며가며 타는 사람들과
단풍맞이 산꾼들로 용문행 전철은 초만원입니다.
원덕역에서 내려 여주 여강의 강천섬을 향해 폐달을 밟습니다.
강천섬을 가로지른 은행나뭇 길의 노란 단풍과 상쾌한 가을 공기를 마시며
울긋불긋 단풍색으로 물드는 가을 산을 감상하며 달리는 맛,
강변을 끼고 높고 낮은 산들과 가로수의 단풍이 영상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기분좋게 달리는데 이포보를 지나자 앞뒤로 호위차량을 거느린 똑같은 점퍼 차림의 자전거 부대가
줄을 지었고 주변엔 경기도 경찰이 총 출동을 했는지 길 양 옆으로 경비를 서고 있습니다.
저건 무슨 행사야 시찰이야 일부는 자전거 도로까지 차단을 해 놓고 경비를 서고 있습니다.
경비병마다 무전기를 들고 몇미터 간격으로 서있는 경비병에게 물어도 잘 모른다는 대답 뿐
그네들의 행렬은 다른 사람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네들의 행사가 껄그럽다고 궁시렁대며 그래도 완전 차단을 하지 않은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는데 타이어의 마찰음이 요란해지자 우리는 거칠은 시멘트 바닥 탓이라고 했습니다.
갈 수록 쿨렁쿨렁 해 지는 쿠션감이 이상합니다.
"저 거시기 아무려도 내 자전거가 이상혀~"
내려서 타이어를 눌러보니 뒷 바퀴가 물렁물렁 합니다.
"빵꾸네."
빵꾸 때울줄도 모르는데 강변에서 빵꾸가 났으니 큰일 났습니다.
바로 코앞에 여강 유원지에서 자전거 대여해 주는 곳에서 물으니 수리는 안되고 바람은 넣을 수 있다고.
바람을 단단히 넣고 수리점을 물어 여주 시내로 곧장 향했습니다.
대여점 직원이 알려준대로 우회 우회해서 세종중학교 옆에 있다는 전문점을 찾아 펑크를 때우고
다시 강변으로 출발~ 오늘 일정이 영 껄끄러워집니다.
여주보에서 강천보까지 경찰의 경비는 이어졌고 그들의 행렬은 그 뒤로도 이어집니다.
그 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강천섬에 도착하여 은행나뭇길의 은행나뭇잎 비를 맞으며
함께 환호성을 질렀지만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무슨 행사인지는 철저히 가리워졌습니다.
그렇거나 말거나 바람부는 강천섬에서 은행나뭇잎비를 흠뻑 맞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동영상을 찍어볼 걸 그랬습니다.
가을 축제의 끝을 기념하는 축포처럼 쏟아지는 노란은행잎이 정말 환상이었는데~
유난히 세차게 부는 바람에 시원하기도 쓸쓸하기도 한 강변에서 가을을 보내고 왔습니다.
돌아오는길 잡고기 매운탕은 찬바람에 먹어야 제맛이라며 어부의 집에 들렸습니다.
미리 주문을 해 놓고 도착하여 맛있게 먹는데 잔가시가 많은 고기를 뼈채 먹는데 넘기는 순간
느낌이 이상합니다. 꼭 가시가 목에 걸릴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은 꼭 적중을 합니다.
잔 가시가 목에 걸려 맛있는 매운탕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릅니다.
진땀을 뻘뻘 흘리는 마눌 땜에 무슨 맛인지 모르고 먹었다는 남편은 좌불안석입니다.
주인아주머니가 가져다 준 계란노른자위를 먹어도 효험은 없고 돌아오는 내내 목이 껄끄럽습니다.
아침에 예감했던 오늘의 일정처럼.........
돌아오는길엔 고향 친구 어머님의 부고 소식이 전해 옵니다.
어머님과 이별 준비를 한다는 친구도 이제는 동동 구루무를 부르며 추억속에 어머님을 그리워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은 가고 사람도 가고 계절이 바뀌어집니다.
돌아오는 전철 안엔 자전거와 사람이 뒤섞였습니다.
용문행 전철은 가을산을 다녀오는 등산객들로 초 만원이고 거기다 자전거까지
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들은 눈살을 찌뿌리기도 하지만 어쩌겠어요.
비집고 앉은 사람들과 차 안에서도 자전거를 탄채로 꾸벅꾸벅 졸고 계신 아저씨가
하도 우스워서 사진기를 꺼냈습니다.
동창회원들이거나 카페 회원들이거나 향우회 회원들인 사람들은 왁자지껄한 농담과
잡다한 일상의 얘기들을 쏟아내고 그날 먹었던 음식의 냄새들과 체취들로 삶의 향이 물씬 한 것을~
원덕역으로 돌아오는 길 후미고개를 헐떡거리며 올라오다가 가로수 산수유 열매가 어찌나 탐스럽게 열렸는지
그냥 지나 칠 수 없습니다.
자전거를 세우고 몇개만 따먹어보자고 했습니다.
시금떫떠름한 맛에 목구멍이 뻑뻑합니다.
덜 익은 버찌 멋이라며 입을 옹동그리다가 저기 저 산수유가 고 요상한 선전의 주인공 맞던가?
맞어유. 그럼 조금만 따 갈까?
에구 날도 어두워지는데 빨리 가유~ 했다가 몇개만 더 따 먹고가자. 아니 아주 한봉지 따 갈까?
본격적으로 산수유를 따기 시작합니다.
요 탐스런 열매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겠어요?
한주먹이 몇주먹이 되었습니다.ㅎ
가을을 보낸것이 아니라 아주 그냥 통째로 따가지고 왔습니다.
잘 말려서 차 끓이는데 넣어 마셔야 겠습니다.
이 가을엔 고향을 연이어 3주째 다녀오는 바쁜 가을이 되었습니다.
목구멍의 가시가 너무 서둘지 말고 조심하라는
찬찬히 주변을 돌아보라는 메세지를 전해주는 것 같은 가을입니다.
그리고는 언제인지 모르게 가시의 껄그러움은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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