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타기

양평의 흑천에 반하다.

두레미 2012. 9. 3. 08:33

토요 후무가 시작되면서 금요일 오후면 주말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오후의 거리는 느긋함과 여유가 느껴지고 강변의 풍경은 활기를 띤다.

아직은 낮의 길이가 긴 초가을 날의 오후 강변은 상쾌하다.

자전거 점검을 마치고 시험삼아 목동교까지만 나갔다가 운동하고 들어오자던

우리는 기어이 또 그 상쾌함을 물리치지 못하고 거리연장을 하고 말았다.

내일의 일정은 안중에도 없는듯 역시 운동은 기분을 좋게 한다며 가뿐함으로

저녁밥을 맛있게 먹었다.

저녑밥을 먹고 앉으니 피로가 스멀스멀 눈꺼풀서부터 온몸을 덮어씌운다.

내일, 내일 장거리 준비를 해야되는데 메모지를 연신 확인하면서 준비를 끝내

놓고 평소와 같은 시간에 알람을 맞추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다섯시에 울리는 알람소리에 돌아누워 깜빡 한것이 한시간을 더 잤다.

여섯시 기상에 서둘러 아침을 먹고 안개가 자욱한 강변을 거슬렀다.

작은 태풍 댄빈이 뿌린 빗물로 한강의 수위는 높아져 여의도 샛강의 나들목은

물에 잠겼고 붉은 황토빛 강물이 넘실거린다. 

 

"오늘은 잠수교 건너 북단으로 가 봅시다." 

" 오랫만에 좋아요.  그런데 잠수교가 안전할래나?"

 

국토종주 자전거길의 주코스인 남단과 달리 북단은 한가한 편이다.

주로 남단에서 거슬러 북단에서 내려오다가 북단길을 거스르는 느낌은 또 다르다.

구리한강 시민공원은 코스모스를 심느라 모 밭에서 뽑은 모를 넓은 밭에 나누어

심느라 바쁘다.

한달쯤 후면 저 넓은 밭에 코스모스 물결이 일고 가을이 무르익을것이다.

구리시민공원을 지나 남양주 풍속마을을 지나 덕소의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

팔당대교에서 옛 중앙선 철길로 올라선다.

붉은 황토빛 강물이 소용돌이치며 흐르는 모습에 내 마음도 함께 소용돌이가 되는 듯 하다.

그렇게 벅찬 가슴으로 강물을 내려다보며 달려가니 팔당댐의 수문이 반쯤 열려있다.

다른 댐과는 다르게 쏟아져 내리지 않고 터져 솟구친다.

그모습이 장관이다.

와~ 하~~~ 햐~~~~~~

감탄사와 함께 내 마음의 수문도 활짝열어 마음의 수위조절을 해 본다.  흠~

 

 

 

주말을 맞아 단체복을 입은 사람들의 꼬리가 길다.

이런날 우리처럼 사복을 입은 사람들은 서로가 부담스럽다.

사이에 끼이기도 추월하기도 부담스럽다.

거기에 주말을 맞아 가족단위로 한가롭게 즐기려고 나온

나들이객들까지 끼이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강변의 멋진 풍경을 따라 달려서 양수역 두물머리 지나

국수역에 도칙하면 국수를 먹어야 한다.ㅎ

그런데 오늘 두부김치를 주문한다.

"아니 웬 두부?"

"한번 먹어봐~ 자난번 배드민턴 팀과 왔을때 먹어보니까

맛있더라구.  옛날 두부 맛이야."  

요즘 흔히들 하는 말로 강추다.

두레미 맛있다를 연발하니 두레미가 맛있다면

행복하다며 흐믓한 표정을 짓는 모습에

내 마음에도 행복이 전해지는듯 하다.

국수역 바로 앞에 있는 두부집의 두부맛이 일품이다.

두부와 맥주 한병을 사이좋게 나누어먹고 국수를 또 먹어야 한다고

기어이 국수를 또 주문하고 또 먹고  그 후 ~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내 다시는 ?  

이미련함을 기억 할는지 모르겠다.

 

 

국수역에서 국수를 먹고 힘이들어 꼬부랑 꼬부랑 양평을 지나

돌아가기 위해서 후미고개 못미쳐 좌회 원덕역으로 향했다.

한가한 시골길의 정취를 느끼며 멀리 대명리조트를 지나 원덕역이

가까워질 즈음 맑고 검푸른 풍부한 수량의 커다란 천이 나타난다.

또 한번 와~ 이게 도대체 무슨 천이야?

 

 

물 맑은 양평다운 정말 속이 시원한 아름다운 흑천에 홀딱 반했다.

우리는 원덕역을 뒤로 한 채 무작정 천을 따라 거스르기 시작했다.

 

조금 올라 가니 추읍산이라는 표지판이 나오고 잠수교가 이어졌다.

잠수교를 지나 추읍산을 등산 할 수도 있고 흑천 양쪽으로 농원이나 팬션들이 있어서

여름철 피서지로 참 좋겠다.

중앙선 철길과 용문행 전철로가 보이고 폐 중앙선 철로는 양평 레일바이크가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모습이 위로 멀리 보인다.

며칠전 내린 비로 풍성해진 수량이 흑천을 더욱 아름답게 한것 같다.

 

 

 

 

아름다운 천을 따라 계속 올라가니 천변의 길이 끝나고 위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도로의 표지판엔 서울 방향과 홍천방향을 가리키고 있고 자동차 도로여서 더이상

자전거 통행이 불편하다.

다시 내려와 다리를 건너 흑천을 올라가니 커다란 대문이 활짝 열려있다.

우리는 대문안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무작정 들어갔는데 아무래도 분위기가 이상타.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이며 작은 연못의 분수대 그리고 계곡에 계단식 논과

정원의 한가운데 넓은 장독대엔 커다란 장독이 가득하다.

자전거를 세우고 두리번 거리는 우리를 보고 남자 둘이서 다가오더니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뇨 그냥 천이 하도 좋아서 올라오다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여긴 사유지인가요?"

 "예 사유지 맞습니다. 지금 사유지에 들어오신겁니다. 들어오실 때 큰 대문 못보셨습니까?"ㅎㅎ

 "문이 활짝 열렸길래 길이 있는 줄 알고 그냥 들어왔어요.  저 장독대를 보니 농원인가요?

장을 만드시나봐요?  팬션도 있네. 이 계곡이 전부 다 사유지라는 거예요?"

 "예 그렇습니다. 개인 소유이고요 약 6만평쯤 됩니다. 팬션들은 전에 사원들을 위한 숙소였는데

지금은~ "      우리는 사유지라는 말에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서둘러 내려왔다.

나오다 보니 커다란 대문 위에 농장이라는 간판과 항아리에 쓰여진 간장 된장같은 글씨들이 보인다.

집에 와 수진원 농장을 검색해보니  말표 구두약을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시던 사장님이 일선에서

물러나시고 양평에 내려와 운영하고 있는 농장이란다.

허영만씨의 만화 식객에 소개되기도 한 농장이라고  검색되어진다.

 

 

 

새들의 극성에 수수이삭을 양파 망으로 싸놓은 모습이 정겹다.

 

                                                                                                    

 농장을 나와 내려오다 흑천의 지천인 삼성천을 따라 또 호기심발동으로

거스르기 시작했다.    삼성천을 거를러 올라가니 그 위에도 공들여 꾸며진 

팬션 카페가 있고 골짜기 사이로 자동차 도로가 이어진다.

저 고개를 넘어가면 어디가 나올까 궁금증에 혼자서 배낭을 풀어 간식을먹고

있는 산꾼인듯한 아저씨에게  물으니 고개를 넘으면 여주로가는 길이

나온다는데 신빙성이 없다며 일축하고는 길을 되돌아 나왔다.

삼성천을 빠져나와 흑천을 내려가니 가로수가 무성한 숲길을 끼고

또 한 농원이 자리하고 있다.   한적하던 오지 농촌이 온통 농원과 팬션단지로

바뀌어지고 있다.  바닥의 검은 돌로 인해 검푸른 빛을 띤다 해서 흑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아름다운 흑천의 주변이 아기자기한 농촌의 마을을 유지하고

있었더라면 더 아름답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원덕역으로 향했다.

 

                 

 

  원덕역으로 가는 골목길에 담소길이라는 정겨운 표시판이 눈에 띈다. 

평화롭게 골목길을 걸으며 담소를 나누었을 골목길이

이제는 더이상 담소를 나누며 걸을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닌것 같았다.

여기저기 폐가와 페가를 개조한 민박집이 보이고 주인이 직접 땅을 판다는

프랑카드가 여기저기 나붙어있는 마을엔 개발 바람이 거센듯 했다.

 

 

원덕역에서 보이는 추읍산의 모습.

 

 

원덕역에서 전철을 타니 벌써 용문역에서 타고오시는 아저씨들의

자전거가 매여져 있다.  상봉동에서 왔다는 나이 지긋하신 아저씨들은

우리를 보고 부럽다며 자전거를 받아 밴드를 풀어 함께 묶어주신다.

주말의 자전거칸은 자전거여행객들로 만원이다.

원덕역을 출발해서 양평역에서 또 다음역에서 팔당역까지

자전거의 승차는 끊이지를 않는다.

왁자지껄한 아저씨들의 농담과 유머와 진한 땀냄새

자전거와 하루의 추억이 뒤엉키어 차곡차곡 쌓였다.

전철은 그렇게 우리들의 하루를 싣고 달린다.

우리는 기억속에서 아직도 흑천을 달리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