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가 아쉬울즈음 지난 토요일날 전철을 타고 옛 추억을
더듬어 보자고 했지요.
갑작스런 폭우로 추석명절을 한숨으로 보낸 수재민들을 생각하면
말끔한 집안에서 추석을 보낸것에 감사해야 하지만 온 집안 식구들이
복닥거리는 긴 휴일이 지겹게 느껴지고 파란 하늘에 뭉게 구름을 보며
훨훨 어디든 떠나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기 어려웠습니다.
한강의 자전거길은 태풍에 이어 침수의 피해로 엉망진창이되었고 여기
저기 부러져 넘어진 나무들과 휩쓸려 진창으로 변한 화초들은 처참하게
스러졌습니다.
또다시 정비가 되겠지요.
우리들은 세금을 내고 그 세금은 공공근로 인력을 동원하고 그 인력은 다시
공공시설물들을 보수하고 정비하고 다시 우리들은 그 시설들을 사용하고
그렇게 돌고 돌아갑니다.
토요일에 출발하려던 계획이 바뀌어 연휴 마지막날에 용산역에서 용문행
전철을 타고 출발 했습니다.
이틀동안 화창하던 날씨가 마지막날 아침엔 구름이 하늘에 가득합니다.
파란 하늘을 볼 수없어 아쉬웠지만 햇빛을 가려주니 눈부심은 덜었다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한강변을 달리는 전철 안에서 한강변의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멀리서 보는 풍경은 실제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수종사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하늘에 가득하던 구름도 사라지고 파란 하늘엔 뭉게 구름이
두둥실 운치를 더해 줍니다.
송촌리로 내려서는 길에는 무슨 연유에선지 이렇게 아름드리 나무들을
길 양옆으로 모두 베어놓았습니다.
숲이 우거진 길이 답답하다고 햇을지 수종사에 전기를 끌어가는데 전봇대를
세워야 했기 때문일지 소나무 잣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아름들이 나무들이
잘리워져 폭우에 쓸어내려진 길 양옆으로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아이고 아까워라~ 왜이렇게 나무들을 다 베어냈을까~
가슴이 쓰렸습니다.
이만큼 클려면 몇십년은 키워야 할텐데 어찌이리 쉽게 잘라 버렸을까.
마을에 내려서니 전먕좋은 아담한 동네엔 별장같은 집들이 현대식으로
잘 지어져 나름 잘 가꾸어진 정원들을 거느리고 잇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주 오래된 우리 어릴적 시골 집같은 대문이 그대로인
집들도 가끔 눈에 띕니다.
타임머신같은 낡은 대문 앞에서 나는 발걸음이 저절로 멈추어집니다.
다 낡은 대문이 뭐 찍을게 있다고~ 궁시렁,
동네 가운데 이렇게 맑은 시내가 흐르고 있습니다.
참 좋았지만 너무 높게 쌓은 축석이 영 마음에 걸립니다.
동네 골목마다 담장밖에 자리한 남새밭엔 각종 채소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제법 큰 당근 밭입니다.
콩이며 땅콩 김장용 배추들이 나폴나폴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풍경에 아늑함이 느껴집니다.
농부의 아들딸이고 농촌에서 유년을 보낸 우리는 풍경만으로도
유년을 추억하며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으로 행복감에 젖어듭니다.
아기자기한 동네 고삿 풍경과 남새밭 풍경에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다리가
아픈줄도 모르고 그냥 행복하기만 합니다.ㅎ
이건 외국에서 들어온 야콘이라는 작물입니다.
고구마처럼 생긴 뿌리가 있어 그 녹말로 야콘 국수같은 식품을 만드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네 구경을 하고 역에 도착하니 역앞에 심어진 편백나무에 저녘 햇살이 아름답습니다.
햇살에 투명하게 빛나는 편백잎의 녹색이 눈이 부십니다.
마을 슈퍼에서 캔 맥주를 사는데 하나만 삽니다.
"아니 왜 하나만? "
"그러게요. 누구는 먹고 누구는 안먹나요?
두개를 사셔야지. 하나를 사면 어떻해요."
"아니 우리는 나눠먹어요."
"아유 서방님 나 지금 엄청 목이 마르다구요. 하나씩!"
"그래야지. 어이구 참~ 목말라 죽겠는데 그깟 맥주 한캔으로 목이 축여지겠어요?"
"아니 맥주 사다가 나만 혼나네. 우리는 평소 나눠먹는다니까요."
하하하 호호호
맥주를 하나씩들고 역 벤치에 앉아 기다리는시간에 주말마다 작은
음악회를 여는 가수가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미성으로 부르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노곤함을 노래에 날려 보냈습니다.
채 두곡을 다 못듣고 전철을 타러 일어나야 했지요.
추석연휴 마지막날의 아쉬움처럼 그의 노래소리를 뒤로 하고 계단을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