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철교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잠실 종합 운동장과 무역센터가 보이고 이른 아침이라서 한가한 풍경이다.
유난히도 무더운 2010년 여름도 이제는 끝자락인가보다.
후텁하고 끈적한 밤이면 고슬고슬하고 성긴 죽부인 생각이
간절해 뒤척이다 새볔을 맞기 일쑤였으니 내년엔 아무래도
죽서방하나 마련 해야 될까보다.ㅎ
불편한 잠자리에 쉬이 잠들지 못하고 궁시렁 궁시렁 동트기전에
출발해 한강을 한바퀴 돌아보자고 실뜨기 놀이하듯이 이리저리
동선을 그리다가 잠이든다.
아침일찍 출발하여 한강변을 달리면 잠시나마 한 여름을 잊을 수 있다.
얼굴에 흩뿌리듯 스치는 안개를 가르는것도 좋고, 한가하게 펼쳐지는 강변의 풍경도 좋다.
안양천을 내려가서 한강을 거슬러 잠실 철교를 넘으면 앞에서 비추던 햇빛이 뒤쪽에서 비춘다.
빛의 방향에 따라 풍경도 달라지고 느낌도 달라진다.
남쪽에서 실루엣으로 나뭇가지를 일렁이던 햇살은 강북에선 시선을 따라 빛나는 초록으로 펼쳐진다.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었다가 녹색 카펫을 달리는 주인공이 된다.
환상을 깨는 꼬르륵~ 생체시계 소리에 편의점에 들려 아침을 먹고 다시 달린다.
선을 따라 달리고 빛을 쫓아
달리고 달려서
난지 지구 한강 생태 습지원에 도착해
공원을 한바퀴 돌아본다.
아침을 맞은 공원은 싱싱하고 푸르다.
난지 캠프장에도
하나 둘 사람들이 깨어나
아침 운동을 하고
풀잎에 달린 이슬 방울들은
따가운 햇살의 질책에 대롱대롱
제 무게를 겨워 하고 있다.
때로는 양화대교를 건너기도 하고 가양대교를 건너기도 하고
행주대교를 건너 대교 남단 강가에서 방화대교를 보면 그림같은 풍경이다.
강서 생태공원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 벽에는
참 신기한 무늬를 가진 벽지가 붙여있다.
처음엔 깜짝 놀랐다.
영락없이 사람의 모습을 한 무늬 때문에.
아니 이럴 수가~.
행주대교를 갈 때면 꼭 들러가는 곳.
이제는 '안녕 아가씨~ 잘 있었수~.' 인사를 건넨다.ㅎ
으스스 꺼림찍에서 친근한 사이가 되었다.
안양천 뚝방의 벗나무 그늘에서 바라보이는 건너편은
목동 아이스링크와 종합 운동장 그 옆으로 야구장이 있다.
야구가 있는 날은 응원하는 소리가 안양천 까지 들린다.
그렇게 한강을 벗 삼아 무대 삼아 오르락 내리락 한강을 건너며
여름을 또 그렇게 건너 왔다.
오늘 새볔 비가내리더니 더위는 숨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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