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따가운 햇살이 기울어
뒷산의 긴 그림자는 민달팽이처럼
스멀 스멀 마당에 내려온다
서늘한 바람이 모퉁이를 휘돌아 가면
후두둑 떨어지는 가죽나무 잎새줄기
생울타리 밑에서 가죽나무 잎줄기 엮어
발을 깔고 치고 소꿉놀이하던 우리들의
보금자리도 마지막 햇살이 기울어 간다
빈 수수밭에서 빈 수수대궁을 꺾어보지만
에이~
다 바람들었네.
수수대궁은 왜 이렇게빨간 물이 들었는지 알어
호랑이 똥구멍이 찔려서 빨갛게 물들었다잖여
히히히 흐흐흐
묵직하게 출렁이며 스시럭대던 수수밭의 바람은
모가지 잘리운채 빈 수숫대만 사스락 거린다
사스라아~ㄱ
사스라아~ㄱ
해질녘 빈 집을 들어서는 노부부의 뒷 모습에서도
빈 수숫대궁 사이를 지나는 바람소리가 들린다
사스라아~ㄱ
사스라아~ㄱ
가볍고 서늘한 가을 바람의 노래는
싸~한 그리움이다
아쉬웁고 쓸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