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가을

두레미 2009. 10. 13. 10:07

 

 

한낮의 따가운 햇살이 기울어

뒷산의 긴 그림자는 민달팽이처럼

스멀 스멀 마당에 내려온다

서늘한 바람이 모퉁이를 휘돌아 가면

후두둑 떨어지는 가죽나무 잎새줄기

 

생울타리 밑에서 가죽나무 잎줄기 엮어

발을 깔고 치고 소꿉놀이하던 우리들의

보금자리도 마지막 햇살이 기울어 간다

빈 수수밭에서 빈 수수대궁을 꺾어보지만

 

에이~

다 바람들었네.

수수대궁은 왜 이렇게빨간 물이 들었는지 알어

호랑이 똥구멍이 찔려서 빨갛게 물들었다잖여 

히히히  흐흐흐

 

묵직하게 출렁이며 스시럭대던 수수밭의 바람은

모가지 잘리운채 빈 수숫대만  사스락 거린다

 

사스라아~ㄱ

사스라아~ㄱ

 

해질녘 빈 집을 들어서는 노부부의 뒷 모습에서도

빈 수숫대궁 사이를 지나는 바람소리가 들린다

 

사스라아~ㄱ

사스라아~ㄱ

 

가볍고 서늘한 가을 바람의 노래는

싸~한 그리움이다

아쉬웁고 쓸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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