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자식

두레미 2009. 6. 2. 14:06

 

 

 

엄마  날씨 무지 덥다 그치?

그렇네.

여름에 날씨도 더운데 나 여름가방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며칠이 지나 딸은 또 가방 얘기를 한다.

인터넷에서 맘에 드는 가방을 검색해 놨는데~

야~ 너 대학 3학년이야.

너무 유아틱하지않니.

유치원생이 들면 딱 어울리겠다.

남들이 보면 웃겠다.

그건 엄마 관점이고 어디까지나 내 취향이야. 

 

또 며칠이 지나서

그 가방 하나밖에 없는건데.

그래서

여름가방 하나 사고싶은데

가방도 유행이 있어서 금방 싫증날텐데 비싸게 사서

금방 싫증나면 아깝잖아.  엄마가 쓰던 왕골 가방 어떠니?

그걸 어떻게.........

다른 애들은 엄마가 쓰던 몇십년 된가방을 들고 다니는데

좋기만 하대. 엄마는 그런 가방도 없어.

엄마는 아뭏튼 그 가방 맘에 안든다. 다시 생각해봐.

 

딸은 인터넷을 뒤져 또 다른 가방을 찾아 보여주며 그럼 이건어떠냐

모양이 어떻고 재질이 어떻고 하며 친구들과 투표를 해보겠단다.

처음 가방에 미련이 잔뜩 있는 눈치다.

 

저녘에 아이 아빠에게 나도 가방 얘기를 지나치듯 슬쩍 한마디 한다,

저 지지배 여름 가방 하나 사고 싶다는데 내 맘엔 영 아닌데 저는 제

취향이라네. 하기사 내 눈높이와 같으면 그게 이상한거지.그치?

그애 가방 많은데 무슨 가방을 또 사~

몇개 있어도 겨울가방이고 책 가방이지.  여름 가방이 하나쯤 있긴 있어야돼.

엥.  내가 왜 이러지 내 마음과는 달리 딸을 대변하고 있다.

 

이튿날 친구들과 투표를 해보겠다며 학교에 간 딸이 전화를 했다.

엄마 나 가방 사면 안돼?  주문 전화 하고 싶은데~응응응~

그래 사라 그렇게 소원이면 사야지. 그대신 예쁘게 오래 오래 들고 다녀.

엄마 고무워잉~ 땡큐땡큐땡큐~ 

아빠한테 고맙다고 인사해.

알았쪄.

 

전화를 끊고 난 내 입이 다물어지지않는것을 깨닿는다.

그래 좋기도 하겠구나.

너희가 좋으면 행복하면 부모는 덩달아 좋단다.

행복하단다.

건강하게 이쁘게 커 주는것 가끔 속을 썩이기도 하지만 자식이 아니면

썩어보지 못할거라며 근심걱정 마저도 감사한것이 자식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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