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詩) 모음 방

민지의 꽃 (정희성)

두레미 2007. 5. 4. 14:50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  살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을 비비고 일어나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테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것이었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 하고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때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 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애의 말 한마디가

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ㅡ 시집 '시를 찾아서'(창비) 중에서

 

         ( 일간 신문에서옮겨적은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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