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으로 여름 습기 날려버리면
뿌연 하늘 파랗게 열리고
저만치 멀어진 하늘아래
햇볕 따가와진다.
햇님쫓던 해바라기 고개숙이고
잠자리 날개처럼 코스모스 꽃잎 펼친다.
코스모스길따라 발걸음 가벼운 하교길
집에 들어서면 마당가득 널려진 콩대
가상으로 가상으로 콩대피해 마루 걸터앉아
그늘에서 바라보는 마당의 햇살이 눈부시다.
마당한켠에 큰 보자기 깔고 탈탈탈
깻단 두드리는소리,쏴르르
깨 쏟아지는소리
탁 타타탁 콩튀는 소리가 아득해진다.
부신눈을 비비며 방안으로 들어가
눈을 감고 눕는다.
휘거덕 탁 휘거덕 탁 콩대 두드리는소리
힘찬 도리깨소리가 아득해지고
도리깨가사정없이 내몸을 후려친다.
머리어깨 무릎할것없이
깨질듯한 두통에 사정없이 벼개받아친다.
아, 이놈에 머리가 깨질것같어.
튀어나간 콩 주워야되는데
콩주워야되는데,
도리깨소리 멈추고 콩대 겉는소리
아이구머리야, 아이구머리야
화들짝 방문이 열리고
머리통을 베개에 처박고 똥구멍을
하늘로 쳐든 나를 바로 뉘인다.
거친 손이 근심스레 내이마를 짚으며,
아이구 몸살 났나베.
마이신하나먹자.
찬물에 하얀 마이신 하나 삼키고
얼마쯤 지났을까, 거짓말처럼
일어나 튀어나간 콩을 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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