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2023년 12월 22일 동지팥죽

두레미 2023. 12. 23. 13:29

오늘은 24절기중 22번째 절기인 동지.
동짓날이 음력으로 초순이면 애동지 하순에 들면 노동지라 해서 애동지엔 팥떡을 노동지엔 팥죽을 쑤어 먹는다고 한다는데 하기쉬운 팥죽으로.
어릴적 동지면 팥죽을 쑤어 집  주변과 황토 벽에 붉은 팥죽을 뿌리시며 나쁜 귀신은 물러가라. 주문을 외우시던 엄니를 따라 집의 앞뒤꼍을 한바퀴 돌던 생각이 난다.

작년에 사 놓은 묵은 팥 두어홉이 뒷베란다에서 거무튀튀하게 색이 변해 가는데 쓸 일이 없어 이리저리 자리만 옮기다가 애동지에 팥죽이라도 쑤자.

팥을 물 넉넉히 붓고 아시 팔팔 끓여 팥물을 따라내고 압력솥에 푹 삶아 갈아놓고 불린 찹쌀 넣어 끓이다가 찹쌀이 거의 불어 갈즈음 찹쌀가루 익반죽해 만들어놓은 새알심을 넣고 새알이 동동 떠오르면 불을끄고 뜸을 들이면 끝이다.
먹이고 싶은 사람은 멀고 먹을 사람은 시큰둥한데 정성들여 팥죽을 저으며 지난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팥죽 간을 맞추며 설탕을 넣을까 말까?
넣지말아욧.
간은 슴슴하게.

올 한해도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낸것에 감사하며 오늘 점심은 팥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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