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엄니의 마당

두레미 2023. 3. 25. 00:07

3월 22일~3월 23일 1박2일
엄니께 다녀왔다.


상황과 기분에 따라 엄니의 상태가 들숙날숙한다.
가는 첫날은 그저 반갑기만 하다가 이튿날이 되면 백년손님인 맏사위를 대접해야 된다는 심리의 발동으로 급 불안정한 상태가 되시는 엄니.
냉장고 위아래칸을 여닫으시며 건거니가 암것도 없어서 어떻허냐고 쌀통에 쌀을 퍼내시고 밥통을 여닫으시며 좁은 부엌을 종종거리신다.

장모님 건거니 걱정 안하셔도 돼요.
냉장고에 반찬 많어요.
그리고 은미가 있으니 장모님은 은미가 해 드리는 밥을 맛있게 드시면 되셔요.
이젠 자식들이 해드리는 식사는 편안하게 앉아 드실 연세잖아요.

그려도 사위가 왔는디 나 혼자 살응게 반찬이 없어.  부여장도 못강게 찬거리가 읎네.ㅠ

그러시는 엄니를 애기처럼 어르고 달래듯 안심시켜 드리고 웃게 만드는 남편의 역할이 고맙고 감사하다.

식사를 마치면 설거지를 맡아서 하는 사위를 바라보며
아니 사위가 왜 설거지를 하냐구.
여자가 할일을 남자가 왜 하냐구.
나 같으면 설거지 안 한다구.
냄편 설거지 시켜놓구 핸폰만 하냐구.
세상이 참 거꾸로 됐다고 하시면서도
기특하게 바라보시는 눈길이 역력하시다.ㅋ

그렇게 엄니와 하룻 저녘을 지내고 사정이 있어 이튿날 돌아왔다.
엄니의 마당을 나서며 오후 빈집을 들어서시며 허전하실 엄니를 생각하면 뒷끝이 땡겨 발걸음이 무겁다.
오후 엄니께서 돌아오셨을 시간에 전화를 드리니 반색을 하시며 큰딸이 웬일로 전화를 다 했냐고.
생전 전화 한통 없더니 내일 아침 일기가 수상하다고.
그러게 말여요.
맞장구를 쳐 드리고 이차저차 어제 엄니랑 하룻저녁 자고 오늘 왔다고 하니 기억을 하신다.
그려 그렸지.
센타에서 왔더니 집안이 썰렁해서 뒷산 성황당만 올려다 봤지.  
잘 올라갔지? ㅠㅠㅠ

엄니의 말씀에 목이 메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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