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라고 빨간색 숫자가 나란히 일요일과 어깨동무 하고 있다.
이젠 내 맘대로 명절이라 마음도 느긋하다 했더니 백년 손님께서 오신다고.ㅎ
삭삭하고 예의 바른 백년 손님이 오시면 우리집 세대주가 제일 신난다.
자기 얘기를 잘 들어주니 입술에 전동기를 달지 아마?ㅋㅋ
마음 사리지 않고 동화되어주는 백년 손님이 고맙고 이쁘다.
연휴라 해도 평상시와 다를바 없지만 그래도 장보기를 한다며 가까운 영일시장으로 가방구루마를 끌고 나갔다.
가락시장 같이 큰 도매시장이 생기기 전엔 제법 큰 시장을 형성하던 청과.채소 시장이 동서남북 생겨난 도매시장으로 흩어지고 지금은 우후죽순 생겨난 빌딩 사이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을 한바퀴 돌고 들어와 싱크대 앞에 부엌창문을 여는데 타타당또르르.
엥 이게 뭔소리?
두리번 거리다가 발견한 상수리.
열린 창문으로 부는 바람에 떨어진 거였다.
지난 가을 태풍이 내게 선물로 준 상수리가
봄바람에 길을 나선 거였을까?
눈치없는 아짐은 오메나 벌써 떨어지믄 어째.
상수리와 빈 깍지를 들고 궁리를 하다가 접착제를 생각해 내고는 큰 발견이라도 한양 사뿐사뿐 접착제를 가져다가 깍지에 바르고 상수리를 끼워 넣고는 흐뭇해 했다.
음하하하~
이러면 가을까지 무난 하겠지?
뿌듯함으로 쳐다보며 맘속 말들을 주고 받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봄을 알아채고 제 갈길을 가려던 상수리를 내 욕심에 붙잡아 둔것은 아닐까? ㅠ
보내 줄걸 그랬나?
보내줘 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