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창고

살리고 살리고~

두레미 2018. 4. 25. 09:18

 

 

 

 

 

 

 

 

오늘은 새볔의 여명부터 상큼하다.

넉넉히 내린 봄비에 초록은 더 짙어지고 봄 그림자는 자꾸 짧아진다.

작년에 담근 장이 넉넉하여 올 봄 장 담그기를 건넜더니 올 봄은 여유로왔지?ㅎ

헌데 작년 장항아리가 마땅 찮아 조금 아쉽게 장물을 잡았더니 메주의 량에 비해 장물이 적어 메주가 충분히 장물을 우려내지 못하였는지 장이 맛은 좋은데 영 때깔 안 난다.

하여 메주콩을 삶아 으깨어 버무려 된장의 양도 늘리고 때깔도 살려볼까나.

살림살이라는게 살리는 일이니 장의 때깔도 살리고 보기좋은 떡이 맛도 좋으니 맛도 살리고 맛 좋은 장맛에 사람도 살리고 살리고.

오랜 기다림과 정성으로 빚는 발효식품이 기본 찬인 밥상에 장과 김치 신선한 채소와 곁들여지는 갖은 식자재로 직접 만들어 식구들을 살리는 일.

살림살이하는 살림쟁이야 말로 어떤 직업보다도 가치있는 직업이 아니겠는가.

주부 전업주부라는 칸을 채우며 의기소침 주눅 들었던 기를 살려보자. ㅎ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네가 죽고 내가 산다면

내가 죽고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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