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가족 모임을 핑계로 올해 마지막날 생신이신 엄니를 모시고 이른 생신 축하를 드렸다. 칠남매가 흩어졌다 모이는 일 쉽지 않다.
날짜와 시간은 물론 장소와 먹거리를 정하고
조율하는 일에 상당한 시간과 논쟁이 이어지고 나서야 날짜와 장소를 정하고 식당을 예약하고 공지하기까지 어렵다.
집안의 대사에 내 개인의 연말 계획의 일정이
바뀌어지고 허둥지둥 주중에 고향친구들의 송년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전철역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려다 계단에 그려진 꽃장식에 폰카메라를
열었다. 맨날 엘리베이터만 타고 오르내리다가
꽃길에 눈의동공이 카메라 렌즈보다 더 크게 활짝 열렸다. 살짝 눈발이 날리는 저녘 함박눈을 뒤집어 쓰며 나왔다는 친구를 전철역에서 만나
약속장소로 이동해 친구들과 코스로 이어지는 회와 해산물을 맛있게 먹고 일어섰다.
나이가 먹을 수록 간이 커지는 친구들 2차를
향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종로 한복판을 꼬리연처럼 삼삼오오 이어간다.
심신이 고달픈 난 맥주 한잔 소주 한잔에 기운이
딸리고 나오는대로 먹어치운 해산물이 뱃속에서
시위를 하는듯 하여 슬그머니 빠져나와 집으로
줄행랑을쳤다. 그 밤 내내 토사곽란이나서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다 비워 내고서야 조금 진정이 되었다. 이럴 때는 하루쯤 속을 비워 주어야 회복이 빠르다.
퇴근한 남편이 약봉지를 내민다.
미우나 고우나 그래도 남편밖에 없다.
겨우 일어나 앉으니 얼큰한 김칫국에 하얀 쌀밥이 생각난다.
김칫국 끓여 한대접 밥 말아 억어야겠다.
뒤늦게 나의 줄행랑을 눈치챈 친구가 아니 왜 안보이는거야? 사실은...
잘났어 잘났어 정말~
미안 했다 친구들아!
만나면 한시간이 두시간되는 막역한 친구들,
친구님들 2018년에도 내내 건강들 하시고
꽃길만 걸으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