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채소와 먹는 고기가 송아지 한마리와같다.
우리 어릴적만 해도 비료나 농약이 거의 없이 키우는 농작물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유기농 농산물을 먹고 자랐습니다. 여름이면 풀을 깎아 퇴비장에 쌓아놓고
우사 돈사 계분까지 얹어서 퇴비를 만드는 퇴비장이 집집마다 있었습니다.
퇴비는 썩는것이 아니라 발효되어서 냄새가 고약하지 않고 각종 풀들의 향이 섞여
은은한 향이 나는데 봄철 퇴비를 내는 날 아침이면 쇠스랑이나 커다란 포크같이 생긴
이름을 잊어버렸는데 연장으로 퇴비를 찍어내리면 아침 햇살에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며 구수한 향도 함께 피어 올랐습니다.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면서 마을 공동의 퇴비장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퇴비도 공장에서 만들어 파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화학비료없이 키우는 농작물 특히
생으로 먹는 채소의 맛은 비료를 듬뿍 주어서 키운 채소의 맛과 확실히 달랐습니다.
직사광선을 그대로 받고 자란 채소는 조금 질긴듯 억센듯 하지만 색이 짙고 고소하고
비린맛이 없이 담백하고 달달 했습니다. 요즘의 여름채소들 대부분이 비닐 하우스
재배여서 연하고 부드럽지만 노지재배 채소만큼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적습니다.
어릴적 한여름 콩밭에 씨뿌려 콩밭에서 무성한 콩잎에가려서 햇빛을 제대로 못보고 자란
여린 콩밭 열무를 뽑아다가 생으로 뜯어넣고 뜨거운 밥을 퍼 올려 숨을죽인다음 고추장으로
비벼먹는 콩밭 열무비빔밥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농약이 없었으니 채소에는 각종 애벌레와
알들이 붙어있기 마련이어서 아무리 잘 다듬는다 하여도 모르고 먹는 애벌레와 알들이 많아서
여름철 채소와먹는 고기가 송아지 한마리를 먹는것과 같다는 말을 어른들께서 종종 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알게 모르게 단백질 섭취를 유기농 채소를먹으며 덤으로 먹고 자랐습니다.
지난 주말 친정에서 뜯어온 쌈채소를 씻어 쌈을 싸다가 발견한 나방의 알을 뜯어 버렸다가
설거지를 하며 옛 생각에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져 찾아내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너무 작아서 얼핏보면 무슨 얼룩처럼 보여지는 알무더기를 보고는 차마 먹을 수 없어 잘라내고
먹으며 꺼름찍하던 기분을 옛 생각으로 풀어 보았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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