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고향 다녀오던 길

두레미 2015. 5. 13. 11:05



오월의 초입 징검다리 연휴에 형제들간의 모임에 엄니와 함께 했지만

고향친구의 아들 결혼식 참석하고 고향집을 들러 엄니와 하룻저녁을

보내고 돌아왔다.

고향으로 가는 길,  새로 난 고속도로 처럼 잘 닦여진 길을 씽씽 달려

시간은 많이 단축 되어져서 좋은데 한편 정다운 옛길이 그립기도 하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옛길과 마을들이 스치면 고개를 돌려가며 쳐다보고

산천의 시절은 아카시아꽃이 피었고 논엔 물을 가두어 모내기 준비를 하고 있다.


봄이 찾아와 산천은 푸르른데 고향의 엄니는 날이 갈 수록 해가 갈 수록

여의어지시고 작년만 해도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리시더니 올핸 자전거

페달이 안돌아 고장이 났다고 수리를 부탁하셔서 살펴보니 이상무다.

척추관 협착증과 달팽이관 이상으로 겪는 불편함과 갑자기 찾아오는

어지럼증으로 생활에 불편은 물론 불안감으로 잔뜩 위축되신 엄니의

모습에 가슴에 돌덩이 하나 얹고 온 느낌이다.









예식을 보고 간단히 장을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버스정류자옆의

모종가게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포트 하나에 500원 남짓하는 모종을 이제는 집에서 씨앗을 받아 두었다가

심는 집이 거의 없는듯 하다.

우리 어릴적만 해도 광엔 씨앗 봉지가 주렁주렁 걸려 있었는데 요즘은 손쉽게

모종을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밥을 굶어도 절대 씨앗자루를 헐지 않았으며 씨앗자루를 도둑 맞을까봐 베개삼아 

베고 잘 만큼 소중하게 간직하였던 조상들의 절실함은 영농과학의 발달로 사라졋나보다.

주먹쌈을 싸먹어도 될 만큼 이쁜 상추모종이며 가시오이, 치커리, 고추,가지,여지며

고구마순을 닮은 어성초 모종에 사람들 신기해 하며 한마디씩 한다.

'꼭 고구마순을 닮았네'

내 어릴적 봄날에 감기몸살로 입안의 침이 쓰고 말라 밥을 못먹고 있을 때 엄니는

텃밭에 소복이 올라온 상추 모종을 속아 양념장에 닥닥 깨소금갈아 뿌려서 상추

겉저리를 해 놓고 먹어보라고 하시는데 안그래도 쓴 입맛에 쓴 상추겉저리가 어찌나

쓰던지 도저히 써서 못먹겠다고 밥상을 물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린 모종상추를 속아 주먹쌈을 싸먹어도 참말로 맛있었는데 그맛은 온데간데 없고

입맛은 쓰디쓰기만 했었다.

 


이튿날 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오는 버스안은 읍내로 소일하러 나오시는 어르신들만

자리를 차지하고 계신다.  앞으로 십년 후엔 어떤 모습일까?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하늘의 풍경도 바뀌고 간간히 불어대던 바람은 점차 거세지더니

부드러워진 나뭇가지들을 사정없이 휘몰아친다.

아파트 정원수목에 지은 까치집이 흔들리는 나무사지 사이에서 용케도 버티고 있다.

소파에 앉아 바라만 보다가 사진기를 꺼내들었다.

잘 버티어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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