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정월 대보름 달 보고......

두레미 2015. 3. 6. 11:39

 

 

차고 습한 바람이 훅~ 훅 불어대는 초봄

시장엔 갖가지 봄나물이 지천으로 나왔다.

설 명절에 이어 정월대보름 명절이 되었지만 오곡밥에

아홉가지 나물을 해서 한상가득 차려내는 집이 얼마나 있을지........

어린시절 추억속엔 대보름 명절이면 집집마다 오곡밥에 나물을 하고

열나흩날 저녁에 지은 찰밥과 나물에 아침상엔 콩나물국을 끓여 먹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부럼을 깨고 더위팔러오는 사람들이 사립문을 열고

키큰사람이 들어와야 벼농사가 키도크고 잘 된다하여서 키가 작은 사람은

이른 아침 더위팔러 다니기도 어려웠었다.ㅎ

아침상엔 귀밝으라고 귀밝이 술과 살찌라고 두부부침에 키 잘 크라고 콩나물국을...

집집마다 준비한 나물맛도 다르고 가짓수도 다르고 찰밥의 맛도 다르니

정월 대보름엔 밥도 나물도 얻으러 다녔다.

이집저집 밥과 나물을 얻어다가 보름 전날 밤과 보름날에 모여모여 먹고

밤이면 또 모여모여 이집 저집의 보름밥과 동치미 서리를 하고 쥐불놀이를 하기위해

겨우내 준비한 광솔(솔가지 자른 밑동)과 구멍뚫은 깡통을 준비하고 짖궂은

아이들은 헛간에 세워둔 대나무빗자루까지 서리를 해다 불을 붙여 쥐불놀이를 했다.

대나무 잔가지를 엮어만든 대빗자루는 불을 붙이면 작은 마디마다 티다닥 터지며

아주 잘타는 일급횃불이 되니 그 짜릿한맛에 대나무빗자루 서리가 공공연했다.

마을 앞 빈 들판에 나와 깡통에 광솔을 가득채워 불을 붙이고 서리 해온 대나무 빗자루에도

불을 붙이고 신나게 돌려대면 깡통속의 광솔과 대나무 빗자루는 활활타오르고  쥐불놀이가

절정에 다다르면 돌리던 깡통을 하늘 높이 던지며 멋지게 포물선을 그린다.

어린아이들과 여자들은 논두렁 밭두렁에 자기 나이만큼 불을 붙이고 논둑 밭둑을 태우며

소원을 빌었고 한해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했었다.

정월 대보름의 쥐불놀이가 지금의 불꽃놀이보다 훨씬 더 낭만적이고 자연친화적이다.

논두렁 밭두렁을 태워서 해충의 피해를 방지하고 불깡통을 돌리며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고 불놀이를 하면서 느끼는 묘한 쾌감까지 더해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지 않을까~

공식적으로 허용되는 불놀이에 마음속 앙금이며 구김살까지 쫙 펼 수있는 스트레스 팍팍

날릴 수 있는 정월대보름 쥐불놀이가 그리운 시절이다.

보름달을 보며 조용히 빌었다.

 

'우리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 주시고

항상 몸과 마음에 겸손함과 말씨를 배이게 해 주셔서

늘 행운이 따르기를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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