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니의 자가용이며 짐수레이기도 한 자전거. "시개째여~(세대 째)"
애들 다 키워 내보내시고 오십이 되어 배우신 자전거, 이제는 자전거가 엄니의 발이 되었다.
레미야 내가 자전거를 안 배웠으면 어쩔 뻔 했냐~ ㅎㅎ
2014년 10월 3일.
고향 친구의 딸 혼인식이 있어서 겸사 친정을 다녀왔다.
연휴의 첫날 고속도로의 정체는 뻔할것이니 예정시간보다 일찍 출발하였다.
그러나 막상 나서보니 고속도로에 진입하기도전에 정체가 시작되어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세시간을 넘었어도 60킬로도 못갔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정체가 되어질지 예식시간을 맞추기
어려울것 같았다. 아침에 서둘러 나선길 몸도 풀리지 않은 채 나와서 시간은 지체되고 생리적
현상은 일어나고 기침감기로 기침은 나오지 힘들어서 얼굴은 부어오르고 터질것같은 느낌에
진땀이 바작바작 나는데 졸음쉼터에 간신히 차를 세우고 화장실을 찾았더니 화장실은 없고
벤치 몇개만 놓여 있으니 어쩔것인가.
자동차 그늘에서 안내간판 뒤에서 나무 그늘에서 그렇게들 해결을 하고 떠났더라. 별 수 있나~
급한 불을 껐더니 한결 편안해져서 무겁던 얼굴도 터질것 같던 열감도 조금 가시고 정체로 일던
조바심이 체념으로 바뀌고 마음이 느긋 해졌더니 정체가 풀리기 시작하는데 엉금엉금 기다시피
달리던 차들이 갑자기 속도를 내기시작하는데 그 속도감에 소름이 확 돋는다.
아니 다들 무엇에 홀린듯 빨려 들어가듯 질주를 하는데 지그재그로 차선을 넘나들며 튀어나가는
자동차들이 마치 등뒤에서 쏘아대는 총알같았다.
시상이나 급허기들도 허지. 다들 우리처럼 예식에 늦은 사람들인게벼~ 이왕늦은거 제 속도로
달릴 것이지 저렇게 달리다가 큰 일 나겄네.ㅎㅎ
남은거리 자동차의 속도를 계산해보면 식이 끝나기전에 도착은 할것 같았다.
그래 기본속도로 안전하게 가자.
식장에 도착하니 혼주가 아직 하객들을 맞이하고있다.
" 차들이 워낙에 정체가 심해서 예식을 30분 연기했어."
먼길 마다않고 달려오는 하객들의 성의가 가상하지 않은가.
그 성의와 축복으로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식이 다 끝나도 도착하지 못한 친구들에겐 아쉬움을 뒤로하고 친정으로 들어갔다.
친정엄니가 오며가며 주워다가 떫은 맛을 욹워내고 있는 상수리.
우리동네 야산엔 키작은 도토리보다 키 큰 상수리나무가 많아서 어릴적 상수리로 구슬을 대신하여
구슬치기대신 상수리치기를 하고 놀았다.
겨울이면 눈속에 파묻어놨다가 꽁꽁 언 상수리를 불에 구우면 떫은 맛이 없어져서 밤만은 못하지만
그런대로 먹을만 했었다.
끝물인 엄니의 꽃밭에 몇송이 남은 분꽃과 메리골드가 아침 햇살에 함초롬하다.
울타리 덤불에 상채기 투성이 된 단호박 한통을 아끼고아꼈다가 따다 놓으시고
이웃집에서 엄니드시라고 가져온 메론도 한통 챙겨 놓으신 엄니.
엄니의 마음이 아침햇살처럼 아련하다.
이른 아침 헛간채 옥상에서 둘러보는 동네 한바퀴. 햇살이 무릇무릇 피어오른 안개를 걷어내고 있다.
꿈속에서도 배경이 되던 고향마을을 얼마나 더 돌아 볼 수 있을까..........
옥상 비닐 하우스에 끝물 고추가 말라가고, 텃밭엔 김장채소가 꽃처럼 이쁘다.
장모님을 따라다니며 이것 저것 챙기는 홀탱님.
고구마도 캐고 깻잎도 따고 울타리콩도 따고 단감도 따고 배추도 뽑지 걷어온 마늘도 따고 못하는게 없는 사위네.
참 레미 속썩일은 없겄네. 준다는 것은 다 가져간다지 욕심도 많고 살림쟁이여~ㅎㅎ
좋아라하며 따라다니며 챙기는 욕심 많은 사위가 밉지않으신 장모님과 센스쟁이 사위.ㅋ
앞뒤곁을 종횡무진 누비며 두런두런 하하 호호 히히히......흐흐흐
그득그득 챙겨놓고 좋아죽는다. 홀탱님~~~~~~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