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홀탱님 운동나가고 저녁준비하고 있는데 낙숫물소리가 들린다.
아니 비도 안 오는데 웬 낙숫물소리가 들리지?
창밖의 맨땅을 봐도 보송보송 앞 건물의 옥상에 말라붙은 먼지들도 뽀얗게
그대로인데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가 뚜두둑 뚜두둑~ 바람불어 시원하다고
창문을 활짝 열어둔채 왔다리 갔다리 하며 목을 빼고 밖을 내다 봤지만 비가
오는 기색은 없는데 소리가 계속나서 창문을 보니 땟국물이 줄줄 ~
활짝열린 창으로 바람타고 위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들이친다.
아니 ~ 마른 하늘에 웬 낙숫물?
일요일이라 관리소장도 안나왔을테고 어디 경비실에 인터폰을 해야하나?
일단은 음식쓰레기를 들고 내려가 몇층인지 확인부터 해보자.
조끼를 걸쳐입고 마당에 내려가 목을 뒤로 젖히고 올려다보는데 띠리링~
현관문이 열리고 내려오는 그녀와 이어서 베란다 문들이 드르륵 열리고
물벼락 맞은 사람들 한마디씩 한다.
아니 비도 안오는데 웬 물청소를 해가지고 난리랴~
베란다에 꽃을 예쁘게 가꾸는 집 아짐이 창문너머로
우리집 꽃이 이쁘게 피었는데 구경해 볼래?
하며 만개한 아마릴리스? 화분을 내밀며 꽃자랑을 한다.
이쁘기는 한데 잘 안보여. 우리 올라가서 직접 볼께.
안돼. 여기서 그냥 보는걸로 해.
너무 멀어서 안보인다니까. 노안이라 잘 안보인다고.
뭣이여 벌써 노안이라고 손주도 없으면서
벌써 무슨 노안 나는 손주가 있다니까~ㅎㅎㅎ
말을 주고받던 그녀 으녕엄니는 노안 얘기 꺼낼 자격 없네.
왜? 아직 사위도 없어서?
그렇네 손주는 커녕 아직 사위도 없으니 노인네 자격 없는것 맞네.
농을하며 쓰레기를 버리고 오니
벌써 인터폰이 들어가고 관리실 직원이 나오고 사람들이 올려다보는 중에도 그 집에선
청소를 계속하는지 베란다 창문으로 물을 훽 버리기까지 한다. 아니 이룬~
층수를 확인하고 관리실 직원이 올라가는것을 보고 올라라오는 중 아래층 그녀
상가건물 옥상텃밭에서 수확한 호박 한덩이 줄테니 가져가라고 손을 잡아끈다.
처음 입주세대인 그녀 아파트 일에 앞장서서 열심히도 일했는데 이젠 입주세대들도
하나둘 떠나가고 새로 이사오고 이사가고 이제는 몇층에 누가 사는지 가물가물
엘리베이터에서 얼굴을 마주해도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드물어졌다.
처음 이사와서 4~5년은 정말 반상회도 잘 운영되고 어느집에 누가 사는지 훤히
알고들 지냈었는데.......
해가 갈 수록 집안에서 살림만하는 주부가 줄어들고 열심히들 살아가는 관계일지
이웃집 사람들 얼굴 보기도 갈 수록 어려워지는 세상이니 어쩌다가 만나는 이웃이
이산가족 만난듯 지난얘기들을 나눈다.
윗층의 물청소 사건으로 만나게 되었으니 이렇게 호박을 나눠먹을 수 있다며
호박 두개를 나누어준다.
아~ 옛날이여 음식접시를 들고 오르내리던 이웃사촌님들
어디서건 건강하시고 행복들 하시라~~~
세월이 가도 함께 했던 추억속에 당신들이 있으리니~!
'물처럼 바람처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씨(기 싸움) (0) | 2014.09.18 |
---|---|
용문산 용문사 가는 길 (0) | 2014.09.07 |
나도 그런거 아녀? (0) | 2014.07.12 |
꿀 수박 (0) | 2014.05.23 |
바람이 전하는 말 (0) | 2014.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