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통영을 걸었어요.

두레미 2014. 1. 22. 12:12

이날 빼고 저날 빼고 나서 날을 잡았더니 일기예보에 전국적으로 눈이나 비가 올 확률이 높다고.

날짜를 앞으로 땡겨볼까 미뤄볼까 망설여보지만 남들이 부러워하는 긴 겨울 방학에도 여행날짜

잡기가 쉽지 않다.  고민고민하다가 그냥 정해진 날에 갑시다.  비가오면 비오는대로 눈이오면

눈이 오는대로 즐기는거지 뭐~  그런대로 낭만을 즐겨봅시다.

그렇게 결정을 하고나니 편안한 맘으로 떠났다.

대신에 아침일찍 첫 전철을 타고 첫 버스를 타고 가기로하고 새벽에 일어나 부시시 한채로 아침

밥을 고구마와 우유로 간단히 먹고 출발하여 첫 전철에 오르니 웬걸 일요일 새벽 5시 30분 첫 출

발 전철은 나이지긋하신 어르신 승객들로 자리를 거의 다 채우고서 출발을 한다.

물론 우리같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고 볼 일을 보러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터

를 나가시는 분들이었다.  항상 그 시간이면 만나는 사람들과 반가운 아침인사를 나누고 서로서로

안부를 물으며 일터로 향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산하게 집을 나선마음이 차분해 졌다.

 

캄캄한 새벽 아파트 입구에 반짝거리는 꼬마전등 불빛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다.

 

통영행 버스에 올라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엔 조금 찌그러진 달이 휘영청 밝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고래등같은 산등성이마다엔 빈 나무 사이로 붉은 노을빛이 새어나오고~

 

통영에 내리니 다행히 날씨 쾌청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관광안내소에서 지도를 받아들고 출발해

211번 버스종점 미륵산으로 향했다.  버스는 통영시내를 가로질러 미륵산 용화사 입구까지간다.

용화사 입구엔 전국에서 모려든 관광객들과 무슨무슨 산악회라는 깃발을 꽂은 회원들로 만원이었다. 

높지는 않았지만 가플막으로 이어지는 정상까지 오르며 땀이 뻘뻘 흐른다.  

저 위에서 멋진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는 여성대원은 블로그에 올릴 사진이라며 이리저리 구도를

잡아주며 야솟마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던 여자분이시다.

복장의 차림새며 좋은 카메라까지 나무랄데 없이 멋진 모습으로 풍경 담기에 열중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박경리 선생님의 고향이자 묘소가 있는 아숏마을이 미륵산 자락으로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그런반면 우리는 퉁퉁한 얼굴에 퉁퉁한 옷섶을 다 풀어해치고도 불콰해진 얼굴이 영력하다.ㅎㅎ

정상의 표지석앞엔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정상의 구석구석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과 등산로를 걸어서 올라온 사람들로 온통 북새통을 이루었다.

 

 

 

 

조심조심 가플막을 내려와 띠밭등 야외탁자에 앉아 겨우 휴식을 취하면서 가져간 사과를

나누어먹었다.  머리 위로는 쉴 새 없이 케이블카가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있고 까마귀 한쌍이

깍깍거리며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푸드덕 거린다.

우리동네에도 까치들 틈에 까마귀 한쌍이 살고 있는데 하루에 한번씩 동네를 선회하며 깍깍

거리는소리를 들어서인지 까마귀 소리가 낯설지 않았다.   바로 앞 소나무 가지에 앉은 까마귀

모습을 보니 서울의 까마귀보다 훨씬 크고 모습도 더 귀품있어보이는게 공기좋고 환경이 좋은

곳에 살아서일지 모습이 훨씬 멋져보였고 온통 까만빛의 깃털을 푸드덕대며 날개를 펼치는

모습이 귀품있고 아름다워보였다.

 

 

 

띠밭등에서 용화사까지는 평탄한 임도로 되어있어서 무리없이 내려와 버스를 타고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통영사람들은 참 좋겠다.  이렇게 싱싱한 시장이 가까이 있어서~

살아서 펄떡거리는 싱싱한 생선들과 사람의 삶중에 가장 싱싱한 모습이 존재하는 시장의 풍경을 볼 수 있는곳

시장의 풍경은 그냥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활기가 저절로 충전되어지는 것 같은 그런 곳이다.

시장을 한바퀴돌아 구경을하고 시장의 좁은 골목길을 지나다가 엄마 밥상이라는 아주 작은 밥집을 지나치다가

늦은 점심을 먹자고 들어갔다.

깔끔하게 도배되어지고 산뜻한 종이에 쓰여진 차림표와 문지방 위로 통북어가 매달린것으로 보아 새내기 개업집

같아보였는데 영 어설픈 서빙에 어설픈 주방의 엄마에 짜증보다 안스러움과 인내심으로 짜증을 밀어내고 군소리

없이 주문한 해물칼국수를 기다렸다.   장사 처음이라 어설픈것 이해 해 달라며 허둥대시는 아저씨의 모습에서

불콰해진 얼굴로 덜그럭거리는 주방의 엄마 모습에서 다 끊어져 나온 칼국수에서 불평보다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칼 국수를 먹고 시장을 나와 토영이야기길을 따라 걸었다.

오후의 기울어진 햇살을 품은 가자미는 맑은 노을빛으로 물들었고

그 아름다운 빛살에 그 맑음에 눈이 부시다. 

 

 

 

 

 

걸어서 걸어서 해저터널을 지나 다시 미륵도로

 

 

 

1932년 일제는 통영과 미륵도 사이를 파서 밀물과 썰물에 상관없이 원활한 선박의 운항을 위해

운하를 만들었다고 한다.

운하의 물길은 밀물과 썰물에 따라 흐르는 방향이 바뀌어지는듯 했다.

오전 버스를 타고 미륵도를 갈 때와 반대로 물길이 세차다.

 

별중맞은 잉꼬부부는 도로를 무단 횡단해서 이렇게 통영대교를 오르는 샛길로 통영대교를 올랐다.ㅎ

 

 

 

 

대교를 건너오니 대교 끝에 잎사귀도 붉게 물든 동백이 저녁 노을빛에 더 붉다.

바닷가에 간혹 핀 동백은 찬 바람에 검게 시들었더니 남향의 언덕에 핀 동백은 그 붉음이 화사하기만하다.

 

 

산등성이에 걸린 석양빛을 뒤로하고 대교를 내려와 다시 이야기길을 걸으며 저녁밥도 먹고 숙소도 잡고.

 

 

여객터미널 뒤 쪽으로 걷다가 겨울철 별미 물메기탕을 먹어보자고 식당을 물색하다가 들어간 식당이

해물탕 한가지만 한다고 물메기탕은 하지 않는다는 말에 그냥 뒤돌아 나오다가 다리도 아프고 해물탕

한가지만 한다는 말에 은근히 마음이 끌려 다시 들어갔더니 모 방송국에서 하는 통영의 착한 식당이란다.

조미료를 쓰지 않아서 담백하고 싱싱한 해물이 그득하였다.  특히 상징적인 살아있음을 강조하는 살아있는

문어다리를 집게로 숨이 죽을 때 까지 누르고 있어야되는 무시시한 경험도 해야 한다.

식당 예절을 잘 모르는 엉뚱한 부부는 불량손님으로 낙인찍히고 길거리에서 산 귤을 뇌물로 바치고서야

물물교환이라는 명분으로 싱싱한 가리비와 전복을 서비스로 선물받고서 좋아라 입이 벌어졌다.

 

식당을 나와 모텔에 숙박을 정하고 단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서울엔 눈이 내렸다하고

통영에도 비가내리는 촉촉한 아침이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월요일아침 여객터미널의 모습이 고요하다.

숙소를 나와 아침을 먹으려고 두리번 거리며 길을 걷다가 아침식사가 되는 식당을 찾아 들어가려는데

서로다른 식당을 찾았으니 옥신각신 하다가 냉랭하게 식당을 들어가서 웃으며 나왔다.

해물뚝배기와 생선구이의 팽팽한 대결에서 생선구이쪽으로 밀어부치는 홀탱님을 누가 말리겠는가.

생선구이를 맛나게 먹고 나와 이야기길을 따라 남망산조각공원을 올랐다.

부슬거리던 빗줄기는 거두어졌고 구름사이로 하얀 해가 보일락 말락한다.

통영시민문화회관을 지나 조각공원을 한바퀴 아침산책삼아 돌아 내려서서 이순신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을 한바퀴 다 돌아갈 무렵 칡덩굴밭 아래 종려나무와 유자나무 비파나무가 어우러져서

유자나무엔 노란 유자를 아직도 달고있는 모습이 보인다.

여름철 같았으면 무성한 칡덩굴의 잎사귀 때문에 얼씬도 못하겠지만 잎이 다 시든 겨울철

드나든 사람들의 발길따라 반질반질 길이 나 있었다.

불량부부가 그 길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길을 따라 조심조심 내려가서 유자나무을 올려다보고 또 보고 나무밑을 두리번거리다가

땅에 떨어진 유자를 몇개 주워들고 성이차지 않아 나무에 달린 유자를 나뭇가지로 두개 따고

나서야 두손가득 유자를 들고 좋아라 하고 있다.

 

 

 

남망산조각공원 입구에 있는 커다란 벗나무의 가지사이에 팔손이가 둥지를 틀었다.

통영에서 가까운 비진도가 팔손이의 자생섬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통영의 야산엔 팔손이가 지천으로 꽃을 피우고 있고 그 생육샹태도 싱싱하고

건강해 보여서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우리집 베란다의 팔손이는 찌질하다못해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고향을 떠나와 고생하고 있는것 같아서 안쓰럽다.

조각공원을 내려와 이제는 이순신 공원으로 향했다.

 

이순신 공원으로 향하는 길 해변길을 따라 걸어가다가 아무래도 아닌것 같다고 한블럭 안으로 들어가니

철공소 거리가 나온다.  홀탱님 여긴 통영의 문래동이라 해서 웃었다.

철공소길을 지나 이순신 공원의 입구에 도착하였더니 철공소길을 들어서기전에 통영의 기상대 뒤쪽으로

공원입구가 있는것을 모르고 통영의 문래동길을 걸어서 멀게 공원입구에 도착하였다.

공원의 관리사무소에서 시작되는 공원은 해변의 나무데크길을 걸어서 제3잔디광장과 선촌마을로 가는

이야기길로 이어진다.  해변을따라 이어지는 숲속길은 해안 절벽의 풍경과 난대성식물들을 관찰하며 즐길

수 있는 호젓하고 쾌적한 이야기 길로 참 좋았다. 

 

 

숲속에서도 씩씩하게 자라서 숭얼숭얼 꽃을 피우고있는 팔손이나무.

 

 

 

 

 

 

 

하늘타리 열매가 높은 벽을 타고 올라 주렁주렁 열매를 달고 있다.

잎이 푸르고 싱싱할 때 였으면 더 보기 좋았을것을 요즘 보기 어려운 하늘타리에

반가움이 발길을 멈추고 한참을 보았다.  통영의 곳곳에서 보이던 하늘타리.

 

 

선촌마을을 지나 용남 해안도로를 따라가다보니 소나무가 울창한 동그락산에 재두루미서식지가 있다.

소나무가지마다에 앉아있는 재 두루미 떼가 장관인데 잿빛이어서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고 날아오른

모습만 보인다.  그 날아오르는 날개 짓에 한참을 올려다보고 우렁찬 울음소리에 숨을 죽이며 올려다봤다.

 

 

발갛게 익은 청미래(멍개, 멍가)열매가 여기저기 주렁주렁 얼마나 이쁘던지.ㅎ

 

 

녹차나무와 꽃

 

 

거제대교가 코앞에 보이는 선촌마을을 되돌아나와 망일봉으로 오르는 산길엔 반질반질 윤기흐르는

난대성 식물들이 초록빛을 반짝이며 길섶을 지키고 있다.  동백잎을 닮은 무성한 나무와 호랑가시

나무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고 팔손이나무 그리고 조경되어진 것인지 차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고

지난 해에 열린 씨앗을 그대로 단채 꽃을 피우고 있었다.

망일봉을 내려와 중앙시장을 들려 말린 가자미와 통영 굴을 사서 오후 3시30분 서울행버스에 올랐다.

1박2일간의 꽉찬 여행길에 녹초가 되었지만 마음만은 여유롭고 평안해져서 아직도 통영의 맑고 푸른

바다와 풍경이 내 마음에 일렁거린다.

많은 문학과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할 수있는 마음의 자양분이 되었을 천혜의 자연 환경에 우리도

잠시나마 몸과 마음을 담그는 여행이었다.

 

통영은 섬과 바다, 역사.유적, 문화.예술을 비롯해 레저.스포츠까지 다양한 관광도시로서 아담하고

깨끗한 도시여서 다 보지 못한 곳을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계절따라 다른 풍경을 느껴보고 싶은 도시다.

어느 맑은 봄날 아니면 하늘색이 짙푸른 가을날에 꼭 다시가서 이순신공원의 제3잔디광장에 앉아 통영의

앞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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