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 할 새에 또 주말이 다가왔고 날씨는 여전히 쾌청해도 할일이 밀려있는
주말은 싱숭생숭한 마음을 지긋이 누르고 밀린일을 해야만 한다.
여름내 더위를 쫓던 선풍기도 풀어서 닦아두어야 하고 구석으로 밀어두었던 커텐도
빨아서 달아야되고 친정에서 가져온 고추도 다듬어 빻아야 되고 달랑 한봉지 남은
표고버섯도 사다가 말려 저장해야되고 우선 먹을 마늘도 까야되겠고 할일이 태산인데
가을 하늘은 유혹이라도 하듯이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으로 모양을 바꿔가며 전시회를 한다.
앞에서 고개를 뺐다가 뒤에서 고개를 뺏다가 까치발을 들어 더 멀리 더 넓은 하늘을 보려고
발가락을 세워가며 키를 높여본다.
알프스 오또메라는 작은 종의 사과가 골프공만하다. 예전에 종로나 동대문 운동장앞에서
리어카에 가득담아 싣고 팔던 능금만하다. 능금은 이렇게 빨갛지 않고 볼그레하니 색이
연한 붉음에 육질이 아삭한게 과즙의 향이 참 특이 했덨던 기억이다.
금요일저녁의 해질무렵 동쪽 하늘모습. 서쪽하늘의 노을은 커다란 건물에 막혀 그 모습을 잃어버렷다.
내일이 보름인 금요일 밤의 달이 구름을 벗어나고 있다.
어찌나 잘 말렸는지 힘을 주어 만지면 부서져 버리는 마른 고추가 큰 자루로 한자루
20근이라는데 덤을 얹어주어 25근은 족히 되는것 같다.
친정에서 엄니의 고추로는 7남매 다 나누어 주실 수 없으니 이웃집에서 농사 지은것을
사서 나누어 주신다. 이웃집 인심이 덤으로 듬뿍 얹어졌다.
그동안 미뤄왔던 고추다듬기를 해야겠는데 주말 아침 일찍 나가자는걸 고추다듬기 하자고
했더니 홀탱님 거저 할 수 없다고 댓가가 있어야 된다네. 어떻게 댓가를 치르면 될까요?
밤에도 고추를 딴다고 약속하면 고추꼭지를 같이 따주겠다고. 푸하하하..........
낮에도 따고 밤에도 따라고~ 까이꺼 뭐 일단 다 따보기로 하지뭐~
고추꼭지 따는 내내 웃음이 나와서 두레미 복 터졌네 복 터졌어~낮에도 따고 밤에도 따고.ㅎㅎㅎ
그래서 같이 고추꼭지 따고 젖은 수건으로 먼지도 닦고 혼자서 했으면 하루종일 했을 일을
서너시간안에 마무리 했으니 큰 일 하나를 해결했다.
꼬박 앉아서 하고 났더니 아이고 허리야 둘이서 나란히 누워 허리를 펴고 오후가 되자 몸을
풀러 나가자고 한강을 나가서 안양천을 한바퀴돌아 안양천 야외 핼스기구로 돌리고 구르고
온몸을 비틀어가며 경직된 몸을 풀고 왔다.
뒷쪽으로 여의도 63빌딩과 국회의사당의 파란 지붕이 선명하게 보이고
불꽃놀이의 불꽃을 창문으로 내다 볼 수있었는데 지금은 창문을 흔드는 소리로만
들을 뿐 불꽃은 커녕 불똥도 안 보인다.ㅎ
앞으로는 관악산이 그림처럼 보이던 전망은 하나둘 들어선 아피트 건물들에 잘리워지고
관악산 코숭뱅이만 남았다.
하늘 구름이 이쁜 일요일 아침 오전에 나갔다와서 오후 농구도 보고 야구도 보자고
아이고 서방님 두레미는 할일이 많아요.
마늘도 까야되고 빨래도 삶아 빨아야되고 점심 준비도 해야되고요.
아니 이젠 까~? ㅍㅎㅎㅎㅎㅎ
그럼 마늘도 통마늘을 잔뜩 가져왔으니 먹을만큼씩 까서 먹어야지요.
먹다가 남으면 겨울에 싹나기전에 함께 까서 저장합시다.
엄니께서 직접 농사지은 마늘은 육쪽마늘이어서 마트에서 파는 깐 마늘
하고는 모양 뿐 아니라 맛도 매운맛은 적고 단맛이 있다.
고기를 먹을 때 생으로 먹어도 많이 맵지 않고 뒷맛이 달큼해서 쌈싸 먹기에 좋다.
마늘을 까서 씻어 건져담아놓고 바구니에 양파와 당근을 얹어놓고보니 저녁엔
카레죽을 끓일까 짜장죽을 끓여볼까 ~
살림쟁이 주부들의 영원한 숙제는 주말에도 어김이 없다.
'포토1'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궁남지 (0) | 2013.11.11 |
---|---|
Autumn Square (0) | 2013.11.07 |
추석 (0) | 2013.09.20 |
눈부신 오월의 풀꽃들 (0) | 2013.05.22 |
5월 안양천의 꽃들 (0) | 2013.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