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봄기온이 날씨를 예측하기 어려워 하루이틀 미루다가
마음먹고 영일시장으로 나섰다.
동네 교회축석사이에 이쁘게 핀 제비꽃을 보느라 멈추어서
한참을 제비꽃과 노닥거리고 지나가는 아주머니와도 말동무를 한다.
고거이 무슨 꽃이랑가요?
제비꽃이래요.
무슨 제비꽃이 이렇게 크고 색깔이 보라빛이랑가? 제비꽃은 손톱만치로 작고
자주빛인디.
그러게요. 제비꽃이 종류가 디게 많대요. 그 중에 한 종류인데 이것도 제비꽃이라네유.
철길위를 가로지르는 도림고가를 올라서면 영등포일대에 넓게 자리하고 있던
인쇄소를 모아 입주시킨 인쇄센터건물이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래도 아직 김안과 뒤쪽으론 인쇄골목이 여전히 밀집해 있다.
영등포초등학교를 지나면 문래동사거리가나오고 경인로가 환해졌다.
재작년초까지만해도 경인고가가 있어서 어둡고 교통체증으로 우중충하던 문래사거리가
고가를 철거하면서 교통체증도 사라지고 넓고 환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실용성보다는 새로운 문명의 시도에 멋과 기술만을 추구했던 시대적 착오가 낳은 결과물들이
나날이 발전하는 멋의기준과 기술의 발달로 요즘 여기저기 철거되어지고 있다.
삼일고가 문래고가 홍제고가등등....
영등포초등학교의 방음벽을 타고 올라 푸르름을 과시하던 멋진 아이비의 운명도
시대의 변화에따라 반토막이 되었다.
고가가 철거되어지면서 담장의 반을 투명창으로 바꾸어 아이비덩굴도 반으로 잘리워졌다.
예전의 방림방적자리엔 이렇게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고
영일시장도 주변의 변화에 주눅이 들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과일과 청과 채소를 도매하던 큰 시장이었지만 가락동 농수산시장이
열리고 강서 강북에 각각 큰 도매시장이 현대식으로 생기고나니
이제는 큰 재래시장같은 도매시장이되었다.
십여년전만 해도 새볔이면 과일과 채소를 실은 트럭이 줄을 이어들어왔는데 지금은
새볔에 아주 잠간 도매가 이루어지는듯 하다.
단단한 돌 벽돌틈 얼만큼의 틈새에 얼만큼의 흙이 있을지.
그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저렇게 싱싱하게 잎을 피워냈을지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자연의 신비 그 생명력의 신비다. 경이로운 아름다움이다.
애기똥풀님 참 대단혀요~!
시장가는길엔 세무서와 등기소가 나란히 소박한 옛 모습 그대로 있다.
앞 마당에 심어진 목련이 찬 봄바람에 활짝 피지못하고 엉거주춤하다.
매화도 굵은 가지사이로 한송이.
음달진 가로수 밑에는 이끼들의 대륙이 되었다.
다른 식물들은 일조량의 부족으로 연명하기 어려우니 이끼들만 신이났다.
철재상가들이 밀집되어있는 문래동에도 문화의 바람이 불어와
우중충하던 벽엔 벽화가 그려지고 조형물들이 장식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검은 쇳가루와 붉은 녹물이 묻어나는 문래동 골목길을 걸으며 마음만이라도
맑고 시원한 바다를 느껴보시라~
얼마나 실감나게 그리시는지 파도가 액자 밖으로 튀어 나왔어요.ㅎ
문래동 거리에 파도소리가 들리고 맑고 시원한 파도가 일렁이겠네요.
철을 가공하는 공작소거리와 철재를 가득 쌓아놓은 자재상가들 그 무겁고
어둡게만 보이던 곳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속속 스며들고 있다.
사려던 취나물은 못사고 문래동을 한바퀴 산책만 한 셈이었다.
바람이 차갑고 사나워도 철은 지나가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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