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봄을 몰고 오는 안양천 숭어떼

두레미 2013. 3. 12. 19:15

입춘 경칩이 지나도 바람이 매섭다 하지만 남쪽의 따듯한 기류에

자꾸만 밀리는 동장군의 위세는 기력을 잃어간다.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요란하기만 할 뿐 힘을 잃고 심술만 사납다.  봄 바람은.

 

안양천 둔치에 뿌리를 내린 플라타너스가 제법 모양을 갖추었더니 까치가 둥지를 틀었다.

봄이 가까운 시절에 여기저기 까치들이 새집을 짓거나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지난해 열렷던 씨앗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모양이 하늘을 배경으로 까치집과 묘한 어울림이다.

 

 

겨울을 난 오리떼가 아직 남아 옹기종기 낮잠에 빠진건지 돌덩이처럼 웅크리고 있다.

 

늦가을 꽃양배추(엽목단)를 심었던 화단엔 추위에 얼어죽은 화초를 뽑아낸 자리에 

지난해 뿌리가 영근채 겨울을 난 튜울립 구근들이 싹을 내밀기도 하고 꽃양배추

뽑으며 같이 뽑혀져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다.

이미 자리잡은 채 새싹을 내미는 구근을 잘 활용하면 새 구근을 사다 심지 않아도 될텐데

흐터러진채 방치되고 있어서 나뒹구는 구근을 몇 뿌리 주워다가 심었다.

싹이 올라와 어떤 색의 튜울립이 피어날지 궁금~

 

몇년째 아직도 몸살을 앓고 있는 관음죽과 꺾꽂이로 뿌리를 내린 고무밴자민이 독립을 했고

앞마당의 향나무 그늘에서 막 태어난 향나무 묘목도 입양에 성공한듯하다.

작년에 한라봉의 씨앗을 심어 더부살이로 한해를 자란 묘목도 분가를 해서 독립을 했다.

작은 화원에서 포토채 입양을 한 천리향도 몇년만에 적응을 했는지 올해는 새싹을 피워

많이 의젓 해 졌는데 입주 기념으로 오랫동안 함께한 스파트필름이 영 기운을 못차리고

몸살을 한다.  그동안 너무 씩씩해서 야생초라고 했는데 세월을 너무 많이 먹었나?

 

우리집에 세번째로 들어온 로즈마리 첫번째는 시들어서 가고 두번째는 땅으로 기는 희한한

종이었는데 그렇게 몇년을 휘어지고 늘어지며 잘 지내다가 겨울을 못넘겼었나 그렇게 가고

세번째로 작은 포토째 입양되었는데 이젠 제법 모양을 갖추어간다.  향기처럼 은은한 인연 오래가길 바래.

애기단풍도 앞미당에서 발아한 작은 묘목을 회양목 밑에서 입양 해 왔는데 더부살이로 뿌리를 내려

작년에 분가를 시켰더니 자리를 잘 잡아 올해도 앙증맞은 새싹을 피워낸다.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함께 모여 어우러진 화초들, 

한겨울 환기를 한다고 수시로 문을 열어놓고 청소를 마치고 나면 여린 잎끝이 동상으로

누렇게 말라버리고 가지끝이 얼어서 고무 밴자민은 살기위해 잎을 떨구어낸다.

겨울동안 성장을 멈추었다가 봄이 되면 새순을 피워내는 나름대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해 가는 식물들이 참 신기하다.

겨울동안의 휴식기를 지나고 나면 봄과함께 피워내는 새순은 한여름을 정점으로

또 가을이되면 성장을 멈추고 겨울 준비를 한다.

올 봄에도 어김없이 가지치기를 했다.   자라난 머리칼을 자르듯이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그렇게 해마다 온실같은 베란다 정원에서 웃자란 가지치기를 한다.  인정사정없이.

그래도 아직은 생기있는 가지를 버릴 땐 어쩔 수 없이 미안함이 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하늘을 내다보는 창밖의 하늘 풍경이 은은하다.

새로 생겨난 건물 유리창에 기가막히게 들어간 가로수가 참 신기하다.

무슨 작품같다.

 

언 땅이 녹으며 올라오는 희뿌연 안개가 시야를 흐리는 봄날에

안양천엔 숭어떼의 힘찬 귀향이 한창이다.

봄을 몰고 올라오는 숭어떼가 지나가면 유월 잉어떼가 산란을 위해 올라온다.

봄을 알리는 숭어떼의 역동적인 몸부림으로 봄이 시작되고 잉어떼의 산란으로

봄을 마무리 한다.  안양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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