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햇살과 바람으로 언땅을 녹이고 단단하던 가지에 물을 올리고
만물을 소생시키며 새로운것들을 보여주는 새로운 것들을 보는
봄.
그런 봄을 시샘하는 봄 바람은 심술사납고 변덕스러워서 솟구쳤다 내리치며
일정한 방향없이 휘몰아치는 바람에 방향을 가늠할 수가 없어서 봄바람엔
옷깃을 아무리 단담히 여며도 옷속으로 파고든다.
오전 보슬보슬 봄비가 내리다 잦아들더니 오후부터는 벙긋이 구름의 간격이
벌어지고 구름사이로 햇살이 간간히 비추며 구름이 뭉게뭉게 목련꽃처럼 피어난다.
이쁘구나~ 구름사진이나 찍어볼까~
카메라를 챙겨들고 안양천으로 내려갔다.
하얗게 피는 구름사이로 보이는 맑고 파란 하늘과
비온뒤의 공기는 청량감마저 들고 살랑대는 바람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도림천을 지나 안양천으로 가면서 점점 거세지는 바람은 안양천으로 들어서자
휙휙 휘몰아치는데 허술한 나의 무장을 해제 시키려든다.
뭐야~?
구겨넣었던 모자를 끄집어 쓰고 지퍼도 올리고 허리춤을 올려 단단히 동여맸더니
조금 방어가 되는듯 그래 봤자 봄바람이지~
그런데 하늘을 보니 구름이 바람에 해체되고 있다.
아니 이런~ 이쁘게 피던 꽃구름들을 사정없이 흐트러트리다니 꽃구름 잡으러 왔는뎅~
덕분에 스모그없이 투명한 대기는 맑고 푸르며 쏟아지는 햇살과 바람을 온몸에 휘감으며
꽃구름대신 햇빛을 등진 채 푸르디푸른 하늘보기를 했다.
파란 하늘 색 만큼 마음 편안한 색이 또 있을까?
쓰러질 듯 바스라질듯 휘청거리는 갈대와 바람에 휘둘리는 버드나무가지사이의
까치집이 불안해 보이고 파란 하늘에 뜬 하얀 반달과 맨땅에서 버섯처럼 올라오는
쇠뜨기 꽃과 풀섶 사이에 피어난 초록 이끼에도 햇살 영롱하다.
솜털로 보송보송 무장을 한 새싹이 밍크처럼 부드럽고 포근해 보여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일어서는데 그 먼 세월을 어찌 견디고 피었을지 지난 세월의 흔적을 꽃어럼 피워낸 돌덩이가
내 눈길을 잡는다. 봄 바람에 꽃처럼 피어난 시간의 꽃. 어느 세월의 물그림자가 그린 아름다운
이야기 꽃을 눈으로 따 왔다.억겁의 세월을 저장한 돌덩이가 봄바람에 꽃처럼 피워 낸 그 흔적을.
파리동동 동..........
새 순을 끊어 길게 늘이기 놀이를 하던 황매화도 녹색빛을 띄기시작하고 벗꽃 봉오리도
부풀기 시작했는데 시샘하는 봄바람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더 사나와진다.
한겨울에도 시려운줄 몰랐던 손이 시려워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녹여가며 종종걸음을 쳤다.
그러면서도 볼것은 다보고 중얼거릴것은 다 중얼거리면서..........ㅋ
도림천으로 들어서며 뒤에서 비치는 햇살에 천변의 퇴적토에 돋아난 사초싹이 마치 툰드라의
녹색초원을 연상시켜 나의 상상은 툰드라를 향한다.
봄에 눈이녹으며 드러난 이끼를 먹기위해 이동하는 순록떼를 그려넣고 붉은 여우가 점프를하며
들쥐를 사냥하는 모습도 그려넣으며 지천으로 익어 곰의 간식이되는 야생 블루베리를 실컷 따먹는
상상에 빠져 툰드라를 걷는다.
그렇게 빌딩의 그림자 몇개를 지나치고서야 나는 제 자리로 돌아왔고 도림천 제방을 올라섰다.
아이 추워라 오늘은 기구 운동을 조금씩만 해야겠네. 너무 손이 시려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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