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날이 밝고 환한 햇빛은 햐얀 눈에 반사되어서 온세상을 뽀샵 해 놓았다.
늦은 아침 떡국을 끓여 먹고 앉았는데 벽에 붙은 전화 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떡국 먹었니?
친정어머님이 새해 첫 전화를 하셨다.
북새통을 떨고 떠난 자식들은 느긋이 늦잠들을 자고있을 시간에 노모께선 이른 아침이
허전하기만 하신거다.
눈이 내려 쓸고 쓸어도 발목이 빠질만큼 쌓여서 눈 쓸기도 포기하고 동네 어귀의 경로당도
갈 수 없으니 글씨를 쓰다 텔레비젼을 보다가 그래도 심심혀서 전화로 얘기 상대를 찾았다고.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냐는 남편.
뭐 맨날 그 얘기가 그 얘기지~ 했던 얘기 또 하시고 못다한 얘기 하시는 거 사람 사는 얘기가
그런거지 뭐 별 다른 얘기 있남요? 그냥 들어 드리고 맞장구 쳐 주는 것이지. 안그려요?
친정어머니와 전화를 끊고 안양천 산책을 나갔다.
하얀 눈길을 매년 걸으면서 겨울 사진을 찍어보지 않았던것 같으니 카메라를 챙겨 가보자.
하기사 해마다 되풀이되는 사계절 풍경이 그렇고 그렇지만 해 마다 새롭고 신비하다.
도림천을 흐르는 물은 꽁공 얼어서 눈이 하얗게 쌓였고 제방을 오르는 비탈길에서
눈썰매를 타고 있다.
안양천의 넓은 고수부지에선 눈사람 만드는 가족들과 연인들
한낮의 기온이 어제보다 올라 눈의 상태가 부드러워 뽀득하지 않고
미끄덩거려 걷기가 영 불편하다.
날씨가 더 추워야 뽀드득 뽀드득 미끄러짐 없이 발걸음이 밀려나지 않는데
부드러워진 눈은 힘없이 누그러져 미끄덩거린다.
운동기구에 거꾸로 매달려서 올려다보는 하늘
눈 새알심넣고 팥죽이라도 끓여먹을까~ㅎㅎ
동네 놀이터엔 어느 조막손이 뭉쳐 놓고간 눈 뭉치가 옹기종기 벤치를 지키고 있다.
일몰이 한참 남은 시간이지만 햇님은 빌딩사이를 빠져나가고
빌딩 그림자는 땅거미를 몰고와 일찍 날을 저물리운다.
하얀 눈이 명주 베필 드리운 안양천처럼
눈이불덮고 봄을 기다리는 보리싹처럼
내 마음과 일상에도 순백의 눈 이불 덮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