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을 보고 골목길을 들어서는데 아직도 예전의 낡고 비좁은 건물들이 아직도 그대로인 골목길이 정겹다.
오늘 그 골목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말씨는 낯설은 이국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들이 오고가고 있었다.
한국말과 중국말을 섞어쓰는 말씨에 알아들을 것도 못알아 들을 것도 같은것이 지금 내가 느끼는 마음처럼
낯익은것 같기도 낯이 설은것 같기도 한 그런 느낌과 비슷하다.
낮은 슬레이트 지붕위에 예쁜 화초와 각종 채소들을 가꾸어 놓은 모습이 아기자기하다.
어릴적 화단에 화초로 키우던 화초가지가 반가워 카메라를 꺼냈다.
화초가지. 백가지, 계란가지, 정식 명칭은 화이트 에그플랜트?
좁은 마당의 한켠에 심어진 대추나무엔 대추가 주렁주렁 와~ 많이도 열렸네.
우리들의 추억이 대추처럼 주렁주렁 열린골목길.
25년전의 기억속에서 낯설지 않게 길을 찾아들어갔다.
지붕이 낮았던 단층집들은 대부분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고 골목은 더욱 좁아진듯한 느낌이 들었으나
우리가 살던 집은 그대로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좁은 마당을 두르고 있던 담장을 허물어 조금 썰렁한 느낌이 들었지만 옛모습 그대로다.
마당가의 노란 황매화 울타리와 봄이면 탐스럽게 피던 홍색 겹매화 나무는 없어지고 어리던 감나무가
훌쩍자라 열매를 달고 있다.
결혼을 하고 고향본가에서 시부모님과 석달여를 살다가 분가해 처음 살림을 시작했던 그야말로 달콤쌉싸르
했던 추억을 만들어낸 장소에서 지난 날이 그리웁다.
아줌니~ 아줌니 계슈?
어서와유~ 서방님 어쩐일루유?
아줌니 그놈 왔지유?
흐흐흐 아니 그놈이 누구랴? 암두 안 왔는디 그놈이 누구여?
아이 갑돌이 그놈~ 나 들이 나갔다 오는디 갑돌이 놈이 논이서 농약통을 메고
농약을 허는디 아 글쎄 건성으로다가 달려다니더랑게~
구석구석 짯짯이 허야는디 얼릉허고 갑순이한티 올라고 아이 그냥 농약을 치는건지
달리기를 허는건지 아주 그냥 달리더라니께~ 허허허~
아이구 서방님도 참 그려서 그놈이 왔으면 어쩔라구?
그놈 농약통메고 달리기를 허걸래 냉큼 달려온줄 알었지. 허허허~
온 동네 사람들의 관심과 걱정속에 그놈과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동갑에 국민학교 동창에 어릴적 추억을 공유한 갑순이와 갑돌이 부부는
지금도 가끔은 철딱서니없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듯한 착각에 빠진다.
옛 집을 돌아나와 자주 다니던 구로 재래시장으로 향했다.
고대 구로 병원을 지나 커다랗게 펼쳐지는 구로시장은 서울에 몇 안되는 커다란 재래 시장일 것이다.
재래 시장이 사라지는 요즘에 오히려 구로시장은 예전보다 더 활기차고 번성한것 같았다.
중국 동포들이 일자리를 찾아 많이 거주하게 되면서 오히려 재래 시장이 활성화 되어진 이유가 아닌가 싶다.
신혼시절 외근을 하고 일찍 귀가했던 남편이 시장에 간 내 뒤를 밟아 보았더니 옆집 애기 엄마와 둘이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물건은 사지 않고 시장을 한바퀴 다 돌고 나서 겨우 200원하는 무우 한개 사들고 오더라고
지금도 남편은 가끔 그 때 이야기를 하면서 여자들이란? 참~ㅎㅎ
그 시절을 회상하며 시장을 한바퀴돌고 장을 봐왔다.
추석에 쓸 건 고사리와 요즘 비싼 애호박두개, 황도 복숭아가 싸길래 한상자 사서 알맹이만 빼오고
노점에 앉아 마늘을 까서 파는 할머니께 깐 마늘 한 봉지도 사고 눈요기도 실컷 하고 ~
저녁엔 찍어온 사진을 그 놈과 같이 보며 우리들의 지나간 시간을 되돌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