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전야라더니 태풍 볼라겐이 오기 전날은 쾌청한 하늘에 하루종일
날씨좋아 집안 대청소도 하고 땀에 절어 눅눅하던 이불도 빨아
말리고 고슬고슬한 빨래를 개키며 개운한 하루가 마김되어가는
오후 늦게부터 흐려지기시작하여 불기 시작한 바람이 점점 세어졌다.
바람이 너무 세고 빨라서 비를 뿌릴 여유도 없었는지 예상밖으로
비는 많이 오지 않은 태풍이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루종일 문도 열 수 없는 감옥살이 같은 하루가 저물어 갈 즈음
태풍이 북쪽으로 올라갔다는 소식에 답답함을 풀겸 휘청거리는
나무들의 몸부림도 조금 약해진듯 하다며 안양천 산책을 나갔다.
천으로 내려가는 길목마다 쳐진 출입통제도 비가 많이 내리지 않은
관계로 별 효력이 없었다며 넘어 갔는데 잠시 주춤하던 바람이 다시
거세지기 시작한다.
천변의 억새와 갈대 무성하게 자란 잡풀들은 거센 바람결에 드러누어
몸부림치고 나뭇가지들은 사정없이 휘둘리어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하다.
가끔씩 자전거를 타고지나가는 사람들, 뒤에서 밀어주는 바람에 쌩쌩
달려가고 우리처럼 답답함에 하나둘 산책을 나오는 사람들.
뭉텅이 구름이 가끔은 가는 빗줄기를 뿌려 대지만 개의치 않고 걷고 뛰고
우리도 바람에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바람에 휘둘리는 풀과 나무와 한
무리인양 휘청거리며 걸었다.
뚝방에 올라 근력 운동을 마무리 할 즈음 휘몰아치는 바람에 아직 완전히
뿌리를 잡지 못한 나무가 쓰러지며 등을 스쳐 놀랬어라~
엄청난 피해에도 자연의 순리 앞엔 생이파리와 죽은 나뭇가지가 떨어져
뒹구는 것과 같을 지니 유리창에 신문지와 테이프를 붙이고 과수원엔 굵은
철사를 연결하여 나뭇 가지들을 고정시켰어도 많은 피해로 고통받으시는 분들이
슬픔과 고통을 굳건히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배려로 힘과 용기
얻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