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창고

덜 여문 완두콩처럼 달달했으면 좋겠다.

두레미 2012. 6. 7. 16:02

올해도 어김없이 도착한 택배 상자

튼튼하고 깨끗한 상자를 구해다 드렸건만

이것저것 더 넣고 싶은 모정은 다 낡아 빠진

큰 상자를 구해서 이리재고 저리재고 꼭꼭

끼워넣고 재워넣고 죽순과 무를 채우고 맛보기

수박 한통까지 채워넣고도 모자라 틈새틈새

남새밭에서 첫 수확한 완두콩을 끼워넣으셨다.

전날 사온 햇 완두콩 한 자루가 까지도 안은채 뒷 베란다에 널부러져 있는데

처음 딴것이라고 맛보라고 다 담았다고~

 

엄마 완두콩은 달고 부드러워서

삶아 냉장고에 넣어두고 간식처럼 드시면 좋은데 왜 다 보내셨어~

처음 따는거라 얼마 안돼서 다 담았다고 맛있고 좋은것이 있으면

맛보이고 싶은것이 부모 맘인거여. 너도 자식 키워보니께 내 맘 알거 아녀?

알어알어 이제는 다 아는디 이젠 맛있고 좋은것 엄마 먼저 드시고 건강하세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엄마가 그렇게 하실 수 없다는것을 안다.

나도 엄마이니까.  엄마의 행복이 무엇인지 아니까.

죽어도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이라는것을 아니까~

 

엄마 안그래도 어제 햇 완두콩이 나왔길래 한 자루 사왔는데

엄마가 보내주신것이 훨씬 실한것이 알도 굵고 좋으네요.

올해도 엄마 덕분에 수박도 처음으로 맛보고 완두콩도 맛보고 죽순요리도 맛볼 수 있게 생겼네.

감사히 잘 먹을께요.

엄마 자식사랑도 지나치면 욕심이구 병이된댜~

욕심 이제는 조금씩 내려놓으세요.

그래야 엄마도 편하고 자식들도 편해져서 다 행복할 수 있대요.

무리하시면 안되신다고요. 

알았어~ 

몸이 작년 달르고 올이 다르긴 혀~ 감기도 자주 들리고~

 

육체적 노화에 맞추어 삶의 영역을 마음에 무리없이 잘 줄여 나가셔야

할 텐데 몸과 마음의 차이를 극복하기가 쉽지는 않을것 같다.

부디 외롭다거나 슬프다는 생각보다 짐을 내려놓는 가벼움으로

날아갈 것 같은 행복으로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이셨으면 좋겠다.

 

상자를 풀어 정리를 해놓고 완두콩을 삶는다.

덜 여문것 일 수록 달고 부드럽다.

삶은 완두콩을 까먹다가 마지막으로 달고 맛있는것으로 마무리를 해야지~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먹고서~ 이렇게 먹다가 다 먹을 뻔 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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