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연한 초록으로 잎이 제법 무성한 비비추 밭에서
희끗한 무엇이 보인다.
쪼그리고 앉아 자세히 보니 비비추 이파리 뒷면에 작은
어리별쌍살 벌이 쪼그만 집을 지어놓고 애지중지 집을 지키고 있다.
세상에나~!
이 연한 이파리에 집을 지었다니?
새끼들이 다 자랄 때 까지 이 집이 온전하면 좋겠구나.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도 이파리를 이리 저리 살살 건드려도
날아가지 않고 집을 지키고 있다.
연한 이파리 뒷면에서 부디 세찬 비바람에 잘 견디어 온전하기를
간절하게 기원하며 한참을 바라보았다.
두메 부추밭에는 그렇게 무성하던 두메 부추가 듬성듬성
두메 부추가 약용으로 몸에 좋다는 소문이 벌써 다 퍼져 버렸나보다.
단정하던 튤립 꽃잎은 낡아 올이 풀린 스카프처럼 오그라지고 늘어졌지만
윤기 자르르한 씨방을 자랑스럽게 감싸고 있으니 그 모습이 아름답다.
뚝방에 웃자란 쇠뜨기도 기울어진 오후의 햇살에 그 빛이 아름답고.
커다란 마로니에 나무에도 어김없이 꽃이 활~짝 폈다.